미 "감염·사망자 은폐…제재와 인도적 물품은 별개"
이란 "제재하면서 돕겠다는 말은 거짓"
미-이란, 코로나19 위기 와중에도 "거짓말" 삿대질(종합)
미국과 이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위기에 처한 와중에도 불신과 적대를 감추지 않고 상대방을 비방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열린 내각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처한 이란을 돕겠다는 미국의 제안은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2일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해 북한과 이란 등을 돕는 일에 열려 있다면서 이들 국가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의 불법적이고 악랄한 경제 테러리즘(제재)으로 이란의 경제가 정상 상황이 아니고 의약품 수입도 어렵다"라며 "이런 일을 저지른 미국이 이제 와서 우리를 돕겠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란을 돕겠다는 그들의 언사는 마치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는 우물을 막은 뒤 '네가 목이 마른 것을 안다'라면서 흙탕물이 담긴 잔을 공짜로 주겠다는 행태다"라고 비유했다.

전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미국이 여러 차례 전염병을 통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를 거절했다"라며 "그들이 제공하는 약이 바이러스를 이란에 더 퍼뜨리는 방법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그 바이러스를 이란을 겨냥해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는 터다"라며 "그들이 이란에 의료진을 보낸다면 아마 바이러스의 독성이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려는 목적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미국을 '거짓을 일삼는 뻔뻔한 사기꾼'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미-이란, 코로나19 위기 와중에도 "거짓말" 삿대질(종합)
이에 미국도 이란을 향해 독설을 날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3일 '우한 바이러스에 대한 하메네이의 거짓말이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는 제목으로 성명을 냈다.

그는 이 성명에서 "우한 바이러스에 관한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거짓말은 위험하며 이란과 전 세계 사람을 더 큰 위험에 처하게 한다"며 "사실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 정권이 전 세계에 숨기려고 하는 몇 가지가 있다"면서 "2월 이란의 주요 테러 항공사인 마한항공이 테헤란과 중국을 최소 55차례 오가면서 이란 국민을 추가로 감염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어도 5개 나라의 첫 번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이란에서 직접 유입됐고 수백만명의 생명을 위태롭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란 정권이 보건 당국의 계속된 경고를 무시하고 첫 번째 사망자를 최소한 9일 이상 부인했다고 말하면서 이란이 발병·사망 규모를 축소해 속인다는 주장도 폈다.

이란 정부가 국제사회에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긴급 자금을 요청한 데 대해서는 "2012년 이래 이란이 160억 달러 이상을 해외 테러에 사용했고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른 제재 완화를 대리자(친이란 무장조직)의 자금을 채우는 데 썼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권의 당국자들이 의료 공급을 위해 마련된 수십억 유로를 훔친 뒤 암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절실하게 요구되는 마스크와 장갑, 그 외 의료 장비를 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 탓에 인도적 교역이 중단됐다는 이란의 주장에 대해서 그는 "우리의 제재는 식품, 약, 의료장비 등 인도적 물품을 겨냥하지 않는다.

이란 회사들이 1월부터 코로나19 검사 장비를 수입한다는 문서도 있다"라고 반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이란 국민을 포함해 외국에 1억달러 규모의 의료 지원을 제안했다"라며 "음모론을 지치지 않고 지어내는 하메네이가 국민보다 이념을 우선한 탓에 이를 거절했다"라고 말했다.

미-이란, 코로나19 위기 와중에도 "거짓말" 삿대질(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