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EU측 수석대표 자가격리 중
내달 중순까지 후속 협상 어려워

연말 '英의 EU 탈퇴' 힘들어져
노딜 브렉시트 땐 최악 시나리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후속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연말까지로 예정된 전환(준비) 기간이 코로나19 사태로 연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브렉시트 협상단도 코로나 걸렸다…英·EU, 후속 협상 시작도 못해

영국 총리실은 20일(현지시간) 데이비드 프로스트 수석보좌관이 가벼운 증상을 보여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의 최측근인 프로스트 보좌관은 EU와의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를 맡고 있다. 앞서 EU 측의 미셸 바르니에 협상 수석대표는 지난 1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집에서 격리 중”이라고 밝혔다.

바르니에 대표와 프로스트 수석보좌관 등 양측 협상단은 지난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1차 협상을 벌였다. 당초 이달 중순 런던에서 2차 협상을 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회의가 취소됐다. 양측 대표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브렉시트 협상은 다음달 중순까지 열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영국은 지난 1월 31일 EU에서 공식 탈퇴했지만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올해 말까지 잔류한다. 영국과 EU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전환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 기간 영국 정부는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전환기간은 양측이 합의하면 한 차례에 한해 최대 2년 연장할 수 있다. 6월 30일까지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수개월에 불과한 짧은 시간 동안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존슨 총리는 연장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전환기간 내 FTA 협상에 실패하더라도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서 탈퇴하겠다는 것이 영국 정부의 당초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EU와의 교역 감소 등으로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아무런 합의 없는 EU 탈퇴)에 버금가는 경제적 충격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가 발생하면서 양측이 전환기간 연장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양측 모두 브렉시트를 후순위 과제로 미뤘다. 코로나19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노딜 브렉시트 발생은 영국과 EU 모두에 최악 시나리오다. 가디언은 사설을 통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양측이 전환기간을 연장하는 데 빨리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