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사망자 1만3천명 넘어

의료진·병실 부족한 이탈리아
졸업안한 의대생 1만명 긴급투입
일부 도시 고령 환자 포기도
< 중국처럼…美, 축구장에 임시병원 설치 >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병원시설이 부족해지자 축구장, 컨벤션센터 등에 임시병원을 세우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워싱턴주 쇼어라인시에 있는 한 축구장에 임시병원이 지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 중국처럼…美, 축구장에 임시병원 설치 >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병원시설이 부족해지자 축구장, 컨벤션센터 등에 임시병원을 세우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워싱턴주 쇼어라인시에 있는 한 축구장에 임시병원이 지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지고 있다. 전 세계 확진자는 31만 명, 사망자는 1만3000명을 넘어섰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는 의사도 병상도 부족해 의료시스템이 붕괴됐다.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마저 의료 붕괴가 우려될 지경이다.

코로나 확진자 31만명 넘어…유럽 이어 미국도 의료 붕괴 위기

통계전문 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한국시간 22일 오후 11시 현재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31만8000명으로 늘었다. 사흘 전만 하더라도 하루 동안 환자가 2만 명 정도 늘었지만 이제 3만 명 이상 증가하고 있다. 중국이 발병지인 우한을 봉쇄하기 전날인 지난 1월 22일(580명)과 비교하면 548배 폭증했다.

환자가 급증하면서 각국은 의료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이탈리아는 이미 의료시스템이 마비됐다. 현지 안사통신에 따르면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선 코로나19 중증환자가 1000명을 넘지만 병상은 800여 개에 불과하다. 병상 부족으로 일부 병원은 고령의 중증환자를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축구장, 컨벤션센터 등을 임시병원으로 개조해 쓰고 있다. 페리선에도 병상을 마련했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도 3000명 이상 감염되자 이탈리아 정부는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의대생 1만여 명을 환자 치료에 긴급투입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의료 붕괴는 높은 치명률(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 일명 치사율)로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치명률은 약 9%로 한국(1% 안팎)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 22일 기준 전 세계 치명률(4.2%)의 두 배를 웃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자 국가 공급망 유지에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사업장을 오는 4월 3일까지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자동차 기업인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페라리 등은 차 대신 인공호흡기를 생산하기로 했다.

스위스 정부도 열흘 내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위스는 인구가 865만 명에 불과하지만 누적 확진자는 6800여 명에 달한다. 한국(인구 5500만 명)으로 치면 4만 명 넘는 환자가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다. 독일은 현재 2만8000개가량인 중환자 병상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스페인은 시내 고급호텔을 임시병동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유럽 주요국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이탈리아가 3.1개, 스페인 3.0개, 영국 2.5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7개)보다 낮다. 긴축재정으로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 지출이 크게 줄어든 결과다.

미국에서도 뉴욕주는 의약품과 병상, 인공호흡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주는 환자 수가 1만2300여 명으로 미국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군 병원선을 뉴욕에 급파했고, 뉴욕주는 임시병원 건설을 위해 미군 공병부대 투입을 요청했다. 뉴욕 시내 컨벤션센터나 대학교 건물 등을 임시병원으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역에서 의료 붕괴가 벌어질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아사프 비튼 하버드대 공중보건학과 교수는 최근 “지금 감염 추세가 계속되면 4월 중·하순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21일 컬럼비아대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실제 감염자는 통계상 감염자의 11배에 달할 것”이라며 “환자 수가 두 달 안에 65만 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각 주는 비상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뉴욕주를 비롯해 뉴저지,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코네티컷주 등이 주민들에게 ‘자택대피령’을 내렸다. 해당 인구는 총 8400만 명을 넘는다.

아프리카에도 확진자가 1000명 넘게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아프리카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인구가 많은 동남아시아, 인도 등에서도 코로나19가 무섭게 번지면서 의료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워싱턴=주용석/런던=강경민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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