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벡 라마스와미 로이반트 사이언스 설립자 겸 CEO

확산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기업이 주주뿐만 아니라
사회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것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가 퍼지고 있다. 이것은 기업이 주주뿐만 아니라 다른 이익과 사회 전반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에어비앤비는 최근 회사의 사회적 목표와 경영진의 보상을 연계하는 것을 포함해 ‘회사가 장기적으로 우리의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한다’는 새로운 경영 방침을 발표했다. 또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대표는 기후변화, 노동 관행 등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공개 서한을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보냈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CEO들도 비슷한 생각을 내세웠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이사들과 임원들이 주주라는 한 명의 주인에 대한 의무를 지도록 하는 미국 기업법의 요구에 반한다. 밀턴 프리드먼은 주주 우선주의에서 벗어나면 기업들이 덜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수익성이 떨어지게 돼 투자자와 근로자, 소비자를 더 가난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연결을 강화한다. 그것은 기업과 경영자가 사회의 핵심 가치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데 근본적인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기업이 주주의 이익 외에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투자자가 먼저 이 사회적 이익이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 정의해야 한다. 이것은 사업상 결정이 아니라 도덕적 판단이다.

나는 미국의 자본가들이 정치적, 사회적 가치를 정의하고 실행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이 질문들의 해답은 공개적으로 토론을 통해, 그리고 투표함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래리 핑크가 가장 사고 싶은 주식은 알고 싶지만, 환경이나 인종 평등에 대한 그의 견해에는 관심이 덜하다. CEO와 포트폴리오 관리자가 아니라 민주적으로 선출된 공직자들이 미국을 정의하는 가치에 관한 논쟁을 주도해야 한다.

대형 투자펀드 경영자들은 또래보다 더 효과적으로 주식을 거래함으로써 그들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 기업 경영자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함으로써 그들의 지위를 얻는다. 민간 기업에서 그들의 능력은 제조공장이나 연구소를 지을지, 새로운 소프트웨어에 투자할지, 임원을 열망하는 사람을 승진시킬지, 아니면 경쟁자를 승진시킬지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 경영자가 미국 근로자의 최저임금이 완전 고용보다 더 중요한지, 아니면 소비재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 사회의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를 결정할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CEO들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미국 하원의원이 복잡한 기술회사의 경영 결정을 내리는 것만큼이나 적합하지 않다.

다른 CEO들은 “우리는 사회의 긴급한 도덕적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정치 지도자들과 협력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많은 기업 CEO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이유는 순수한 자본가로 인식되는 것이 인기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강조하면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어떤 사람은 기업이 사회적 이익에 기여한다면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더 성공적으로 봉사할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정말 사회에 봉사하는 기업만이 궁극적으로 번성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기업의 사회적 활동은 잘 보면 사업상 이익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이익 역시 경영상 판단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이제 자유주의적 발상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사랑하는 많은 진보주의자는 큰 기업의 CEO들에게 사회적 목표를 실행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기업은 일부 사람만이 동의하는 사회적 가치가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역사적으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보수적인 유럽의 사회 사상을 반영하는데, 이 사상은 민주주의에 회의적이다. 나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 동료 CEO들을 비난할 의도는 없다. 다만 우리의 어려운 시대는 분명 역사적 모델을 재고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지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한걸음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포퓰리즘적 우려의 핵심은 기업이 주주에게 봉사하지 않고, 자본주의가 정치에 휘둘려 민주주의를 감염시키는 것이다. 답은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와 중매결혼을 하도록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깨끗한 이혼이다.

원제=The Stakeholders vs. the People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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