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축적 억제하는 EHD2 단백질 발견
독일 막스 델브뤼크 연구소, 미 국립과학원 회보에 논문
"체중이 붇는 체질의 존재,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음식물에 든 지방 성분은 우리 몸이 에너지를 만드는 데 쓰인다.

하지만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것보다 많은 지방이 들어오면 인체는 나중에 쓰기 위해 그 여분을 저장한다.

여분의 지방산을 여러 조직으로 옮기는 건 혈액이나, 어느 정도 저장할지를 결정하는 덴 복잡한 메커니즘이 관여한다.

독일의 '막스 델브뤼크 분자 의학 연구소(MDC)' 과학자들이 지방의 체내 저장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지방 세포의 지방산 흡입을 조절하는 분자 경로를 이 단백질이 제어하는데, 비만한 사람은 이 경로가 바뀐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체중이 붇는 체질이 따로 있다는 걸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이 결과는 주목된다.

연구를 수행한 MDC 과학자들은 관련 논문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하고, 별도의 논문 개요를 17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체중이 붇는 체질의 존재,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생쥐의 갈색지방조직에서 EHD2라는 단백질의 이런 작용을 처음 관찰했다.

일종의 막 단백질(membrane protein)인 EHD2는 근육이나 지방세포에서 많이 발견된다.

세포 피막(cell envelope)이 안으로 접힐 때 그 표면에는 플라스크와 모양이 비슷한 미세 소낭(caveola)이 형성된다.

이런 소낭 가운데 일부는 지방산 같은 이물질을 감싸 세포 안으로 옮기는데 이 현상을 '세포 이물 흡수(endocytosis)'라고 한다.

EHD2 단백질은 소낭의 목에 해당하는, 둥근 고리 같은 부위에 작용해 소낭의 지방산 운반을 억제하는 것 같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실제로 EHD2가 결핍된 세포에선 지방산의 세포 내 운반이 증가했고, 지방산이 쌓여 형성하는 지질 방울도 더 많이 관찰됐다.

또한 체질량 지수(BMI) 25 이상의 과체중인 사람은 날씬한 사람보다 EHD2를 적게 생성한다는 것도 확인됐다.

비만한 사람은, 소낭의 수와 소낭의 막 이탈 횟수가 조화를 이루지 않아, 분자 경로가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연구를 주도한 클라우디아 마테우스 박사는 "세포막 소낭과 지방 대사에 대해선 아직 연구할 게 많다"라면서 "특히 세포 내로의 지방산 운반과 지질 방울 형성에 대해 관심이 많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