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황 장기화' 경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늦어지고 확산세를 잡지 못한다면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까. 연구기관들은 세계가 ‘마이너스 경제’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 장기간 플러스로 반등하지 못하는 ‘마이너스 뉴노멀’ 현상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럽 주요국의 국채 금리는 이미 마이너스 폭이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국채금리·성장률 '트리플 마이너스'…L자형 장기침체 오나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최악의 경우 올해 세계 경제가 -0.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 경제가 -1.7% 성장했던 2009년 이후 11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미국은 -0.2%,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0.1%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전망대로라면 미국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5%) 이후 11년 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된다. 유로존은 남유럽 재정위기 직후인 2013년(-0.2%) 이후 7년 만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글로벌 투자은행 등은 아직 올해 세계 경제 전망치를 플러스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선언이 나오기 전의 전망치다. 이미 중국은 1~2월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5% 줄었다. 소매판매는 20.5%나 감소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하하면서 마이너스 금리가 굳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연 1~1.25%에서 연 0~0.25%로 1%포인트 낮췄다. 2015년 12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제로금리로 복귀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더 이상의 금리 인하는 없다는 뜻을 밝혔지만 시장에선 상황이 악화되면 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16년부터 제로 기준금리를 도입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도 현 연 -0.5%인 예금금리를 다음달께 더 낮추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선 주요 국가 국채금리가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하던 즈음 마이너스 폭이 커졌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초 연 -0.2% 수준에서 한때 연 -0.8%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반등해 연 -0.4%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선 주요국 국채 중 마지막 보루였던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진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이미 장기간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외신과 각종 기관은 세계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는 ‘L자형 경기침체’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L자형 경기침체는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든 이후 반등 없이 저점 상태에 장기간 머무르는 것을 뜻한다.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가 전 세계 대유행으로 번진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가 일시적 충격 후 반등하는 V자형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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