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국산 바이러스" VS 중 "코로나19 진짜근원 파악하라"
외교수장도 힘겨루기…"중국이 시간 벌어줘", "미국 비난해선 안돼"
트럼프·시진핑 설전까지…무역전쟁 뺨치는 코로나19 책임공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을 넘어 유럽과 미국까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책임을 두고 미중 공방이 무역전쟁 못지 않게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칭하며 중국을 자극하는가 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19의 근원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통해 '중국 근원설'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상 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국 외교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 간의 공방도 치열하다.

양 정치국원은 지난 16일 폼페이오 장관과 통화 이후 "중국 인민의 노력으로 세계가 코로나19 방역 업무에 나서는 데 귀중한 시간을 얻게 됐다"며 중국의 공을 치켜세웠다.

양 정치국원은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세에 접어든 것과 반대로 미국과 유럽에서 빠르게 확산하자 우한 봉쇄 등 중국의 조치가 세계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희생이었다고 강조하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 셈이다.

이런 프레임 전환 시도는 중국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국제 비난 여론을 돌려세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코로나19에 대한 비난을 미국으로 돌리려 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미 국무부는 양국 외교 수장 간 통화에 관해 보도자료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은 코로나19에 대한 비난을 미국으로 돌리려는 중국의 노력에 강력한 반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허위정보와 기이한 루머를 퍼뜨릴 시점이 아니며 오히려 모든 국가가 이 공동의 위협에 맞서 싸울 때라고 강조하면서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갔다.

트럼프·시진핑 설전까지…무역전쟁 뺨치는 코로나19 책임공방
미중 양국 간 코로나19를 둘러싼 공방은 직급이 낮아질수록 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양상을 보인다.

양국 간 신경전은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12일 밤 트위터 게시물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자오 대변인은 트위터 계정에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미군이 중국 우한(武漢)에 코로나19를 가져온 것일 수 있다"는 글을 올려 갈등의 불씨를 댕겼다.

자오 대변인의 도발은 중국에서 접속이 금지된 트위터를 활용한 도발의 형식이나 도발 이후 당사자에 대한 징계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인적 주장이 아닌 중국 당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역시 중국의 도발에 즉각 대응에 나섰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자오 대변인의 발언이 있은 지 하루만인 13일(현지시간) 추이톈카이(崔天凱) 미국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앨리사 파라 미국 국방부 대변인도 같은 날 트위터에 "중국 공산당이 미군을 비난하며 코로나19 발원지와 관련한 터무니없고 사실이 아닌 음모론을 퍼트리고 있다"는 글을 '중국선전'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올렸다.

트럼프·시진핑 설전까지…무역전쟁 뺨치는 코로나19 책임공방
이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간 코로나19 설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중국 외교부 대변인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시 주석과 이야기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도 중국에 대한 경고를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를 '외국에서 온 바이러스'(foreign virus)라고 부르며 "그들은 이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것이고, 우리 모두 이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있다"고 특유의 화법으로 중국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산 바이러스'(Chinese Virus)라 칭하면서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의 언론 브리핑에서도 '중국산 바이러스'란 표현에 대해 "그것은 중국에서 왔다.

그래서 나는 그것이 매우 정확하다고 생각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시진핑 설전까지…무역전쟁 뺨치는 코로나19 책임공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