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록 확산되고 있는 유럽 각국에서 주민이동 금지와 상점폐쇄 등의 강력한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도 각각 주민이동 금지령과 상점 폐쇄라는 초강수를 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긴급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라며 “모든 국민들은 필수적인 이유가 아니면 이동을 금하고 집에 머물러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동금지령은 17일 정오부터 발령되며 향후 보름간 이어진다. 이 기간 동안 프랑스 국민들은 의약품이나 생필품 구입 및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직장의 출퇴근 목적 등이 아니면 외출을 할 수 없다. 유럽 국가 중 모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동금지령을 내린 건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이어 프랑스가 세 번째다.

마크롱 대통령은 외부와 내부 모임을 모두 금지한다고 밝혔다. 가족과 친지 모임도 금지하겠다고 했다. 그는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거리에서 친구를 만나는 일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전국 주요 거점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경찰관을 10만명 동원해 이동금지령을 위반하는 국민들을 처벌할 방침이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도 일반 상점과 음식점, 교회 및 공공시설을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를 지금 당장 줄여야 한다” “보건시스템의 마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독일 정부에 따르면 약국과 식료품점을 제외한 모든 공공시설은 문을 닫는다. 술집, 극장, 박물관, 종교시설, 체육관 등이 대상이다. 교회 예배도 전면 금지됐다. 음식점은 일부 영업이 허용됐지만 오후 6시까지만 문을 연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식탁 간 간격을 확보한 식당에서만 영업이 허용된다. 독일 전역의 학교는 이미 정부 방침에 따라 문을 닫았다.

독일 정부는 이 같은 상점 폐쇄조치는 무기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메르켈 총리는 “국민들의 동참 여부에 따라 빨리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들에게 외출 등 사회적 접촉을 최소화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런던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국민들이 공공장소를 더 이상 방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존슨 총리는 “모든 사람들이 펍과 클럽, 극장 및 공공장소를 피해야 한다”며 “다른 사람들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폐쇄 조치를 내린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독일과 달리 펍과 클럽 등을 강제로 폐쇄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가 책임있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존슨 총리의 설명이다. 사실상 자발적으로 영업을 중단하라는 뜻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