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은 '거리 두기' 강조하는데 지지자들과의 스킨십 계속
코로나19 위험 아랑곳 않고…악수·포옹 이어가는 멕시코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뚫고 걸어가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인파에 둘러싸여 있다.

대통령은 몰려드는 지지자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고, 어린 여자아이를 받아들고 볼에 뽀뽀를 하기도 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남부 게레로주 방문 장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멕시코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이를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에는 16일 현재까지 5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유럽이나 북미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환자 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가파른 상승 국면의 초기로 예상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사망자는 없으나 유명 기업인 한 명이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국 제한과 같은 강경한 조치에 비교적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멕시코 정부도 학생들의 방학을 앞당기고 프로축구를 중단하는 등 점차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보건당국은 무엇보다 개인들의 철저한 위생 관리를 여러 차례 당부했다.

코로나19가 멕시코에 도달하기 전부터 포옹과 볼 키스, 악수를 삼가라며, 팔꿈치 인사, 목례, 손 흔들기 등을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우고 로페스가텔 보건차관은 오는 23일부터 한 달간 학교 수업이나 대규모 행사를 중단하고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은 집에 머물도록 하는 '건강한 거리'(Sana Distancia) 계획을 제안했다.

코로나19 위험 아랑곳 않고…악수·포옹 이어가는 멕시코 대통령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그러나 확진자가 50명이 넘어선 지금까지 악수와 포옹 등 살가운 인사법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취임한 그는 거의 매주 주말 지방을 방문한다.

대통령 지지층의 상당수가 지방 농민이기 때문에 지방 방문길엔 지지자들이 록스타라도 맞듯이 대통령을 환영한다.

취임 이후 경호 인력도 대폭 줄인 그가 지지자들에 섞여 사진을 찍고 스킨십을 나누는 모습은 대통령 트위터를 통해 매주 확인할 수 있다.

게레로주 방문 자리에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지자들에 "우리가 극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어떤 역경도, 전염병도 우리를 해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의 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대통령의 행동이 국민에게 나쁜 본보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멕시코시티에 사는 베레니세 에르난데스(39)는 "시민들은 점점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대통령은 너무 별것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도하고 공포심을 심어줄 필요도 없지만 저런 태도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16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보건당국이 권고할 때 지방 순방과 포옹 등을 중단하겠다며 "국민에게 힘을 주고 안심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