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문제 놓고 마찰 가능성…거국내각 카드도 불씨 살아 있어

이스라엘에서 새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정당 간 논의가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각 정당 관계자들을 만나 차기 총리 후보에 대한 의견을 들은 뒤 중도 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의 베니 간츠(60) 대표에게 연립정부 구성권을 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간츠 대표는 16일부터 다른 정당들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에서 지난 1년 사이 총선이 세 차례나 실시되는 등 정치적 혼란이 오랫동안 이어졌지만 이번에도 연정 구성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연정협상 잘될까…아랍계 정당 참여 등 쟁점 예상
우선 간츠 대표를 지지한 정당들이 연정 참여를 놓고 갈등을 빚을 개연성이 거론된다.

AP통신은 15일 "간츠를 지지한 이질적인 세력들이 안정적인 연정에 대한 조건에 동의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간츠 대표가 연정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아랍계 정당들이 쟁점이 될 공산이 크다.

아랍계 정당들의 연합인 '조인트리스트'는 지난 2일 치러진 총선에서 15석을 얻어 보수 리쿠드당(36석), 청백당(33석)에 이어 제3세력으로 입지를 다졌다.

아랍계 정당들은 총리 후보 지명에서 오랫동안 중도적 입장을 유지해오다가 작년 9월 총선에 이어 올해 3월에도 간츠 대표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팔레스타인 정책 등에서 강경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70)를 퇴진시키기 위한 선택이다.

그러나 아랍계 정당들이 간츠 대표를 지지한 극우 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7석)과 연립정부를 함께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을 이끄는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은 안보 분야에서 매우 강경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리에베르만은 2018년 11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합의를 비판하면서 국방부 장관직에서 사임했다.

또 리에베르만은 그동안 아랍계 정당들을 "테러 지지자들"이라고 주장하며 대립해왔다.

아랍계 정당들과 리에베르만이 연정 협상 과정에서 타협점을 쉽게 찾을지 미지수다.

설령 간츠 대표가 어렵게 연정을 구성한 뒤에도 팔레스타인 등 안보 및 대외 정책을 둘러싼 갈등으로 연정이 붕괴할 우려가 있다.

리쿠드당 등 우파 정당들도 아랍계 정당들이 연정에 참여할 경우 이스라엘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주장하며 간츠 대표를 계속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 연정협상 잘될까…아랍계 정당 참여 등 쟁점 예상
아울러 연정 협상 과정에서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들의 병역 문제가 또다시 부각할 수 있다.

리에베르만은 지난 8일 간츠 대표에게 연정의 합류 조건으로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의 징집 법안 통과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이스라엘에서 '하레디'로 불리는 유대교 초정통파 신자들은 종교적 학문 추구를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지만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간츠 대표가 유대교 초정통파 신자들에게 병역 의무를 추진하면 유대교 종교 정당 등 보수층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간츠 대표가 연정 협상에서 난항을 겪으면 '거국 내각' 협상이 힘을 받을 수 있다.

리블린 대통령은 15일 밤 네타냐후 총리, 간츠 대표를 함께 만나 리쿠드당과 청백당이 참여하는 거국 내각 구성을 논의했다.

일단 리쿠드당과 청백당은 거국 내각 구성에 관한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자신이 먼저 총리직을 맡는 연정을 제안했지만 간츠 대표는 이를 거부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