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새터 러시아 전문 저널리스트

5선 도전 준비하는 푸틴 대통령
추종자들 지키고 심판 피하려면
절대권력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선에 도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푸틴의 측근이자 세계 최초 여성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슈코바 하원의원은 최근 대통령 임기 제한 철폐를 제안하면서 “어려울 게 뭐가 있느냐, 이것은 우리와 나라의 미래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자신의 추종자들을 보호하고 역사적 심판을 피하기 위해 권력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푸틴의 도둑정치》라는 책을 쓴 미국 정치학자 카렌 다위샤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110명의 개인이 러시아 전체 자산의 35%를 장악하고 있다. 불평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얘기다.

러시아의 많은 억만장자는 푸틴과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정부에서 일했다. 푸틴과 함께 유도를 하거나 국가안보위원회(KGB)에서 함께 복무하기도 했다. 그들은 특별한 경험도 없이 2000년 푸틴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해졌다.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회사인 가스프롬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와 푸틴의 동료인 알렉세이 밀레르의 지배하에 놓였다. 2015년 2월 암살된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프롬은 내부자들에게 이익을 주면서 회사는 최소 60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가스프롬의 주식 중 6.4%는 회사 장부에서 사라졌다. 이는 20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푸틴의 또 다른 친구인 레오니드 레만 전 통신부 장관은 2007년 60억달러 상당의 자산을 취득하기 위해 국영 통신사의 회장직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릴 적 푸틴의 유도 연습 상대였던 로텐베르크 형제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위한 인프라 건설 계약을 따냈다. 규모는 약 70억달러 수준이었다.

푸틴은 민간산업을 황폐화시켰다. 1990년대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시절 민영화 첫 단계에서 옛 소련의 범죄자와 정치인들이 이권을 차지했다. 2단계에서는 첫 단계의 결함을 찾아내 자산을 재분배하려는 노력이 더해졌다.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유코스 사장이 정치적으로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그는 사기 및 탈세 혐의로 기소돼 장기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3단계에서는 호도르코프스키에게 일어난 일에 경각심을 가진 지방정부 관리들이 사업가들의 재산을 압류하기 시작했다. 사업가들은 범죄 혐의로 기소되고, 구속 수감됐다. 정치권에 연줄이 있는 사람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기 시작했다. 푸틴은 이런 분쟁의 궁극적인 결정권자였다. 다시 말해 그의 퇴임은 불법적으로 획득한 부의 피라미드 전체에 걸쳐 권력 투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푸틴은 개인적으로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는 대통령에 처음 당선됐을 때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 당시 업무와 관련해 두 번의 범죄 수사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 4개월 만인 2000년 8월 두 사건 모두 조용히 취하됐다.

푸틴은 부정부패로 이득을 취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 2007년 러시아의 정치 분석가 스타니슬라프 벨코프스키는 독일 신문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의 비밀 자산은 400억달러에 달하며 민간 무역회사 군보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군보르는 3개월 뒤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벨코프스키의 추정은 서방 정보기관의 추정과 매우 일치한다.

경제 범죄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치 범죄다. 푸틴이 더 이상 대통령이 되지 않는다면 그는 암살과 테러행위 등 정치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는 2006년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전직 KGB 요원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 보리스 넴초프 암살 사건, 2014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항공 MH17 여객기 폭파 사건 등 수많은 범죄로 얼룩져 왔다.

이 범죄들이 푸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증거가 있지만, 러시아 정부는 진실을 규명하려는 사람들을 위협하기 위해 대대적인 허위 진술을 꾸며냈다.

영국 정부의 조사 결과 리트비넨코는 KGB 관련 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의 지시에 따라 살해됐으며 푸틴의 승인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MH17 격추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법원은 여객기를 격추한 사람들이 러시아인이고 FSB 요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전이 진행됐다는 증언을 들었다.

만약 푸틴이 권력을 잃는다면 새로운 지도자는 지난 20년간의 범죄를 드러낼 수 있고, 푸틴과 그를 지지했던 모든 사람에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테레슈코바 하원의원은 푸틴의 재출마를 지지하면 러시아 사회가 안정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 말이 옳다. 그러나 러시아의 스태그네이션(장기간 경기 침체)을 확실히 더 연장할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더 오래일까’라는 것이다.

원제=Putin Can’t Afford to Leave Office When His Term Ends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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