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놓고 미국과 독일간 경쟁이 붙은 모양새다. 미국이 독일 등 각국 바이오 기업에 거액을 제안해 백신 독점권을 사들이려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독일 주간지 디벨트암존탁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독일 바이오기업 큐어백에 접근해 백신 독점권을 확보하려 하자 독일 정부가 저지에 나섰다. 이 매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신 독점 접종권의 대가로 10억 달러(약 1조 2210억원) 가량을 제안했다”며 “독일 정부는 재정 지원을 통해 큐어백을 독일에 붙잡아두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독일 관료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백신 독점권을 확보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썼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미국 정부가 거액을 들여 큐어백 연구진을 미국으로 옮겨오려고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다니엘 메니첼라 큐어백 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이같이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매니첼라 전 CEO는 지난 11일 갑작스럽게 퇴진을 발표했다.

이날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정부 내 여러 인사로부터 미국의 큐어백 인수 시도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각 관료들이 모여 큐어백 등 백신 기업 관련 긴급 회의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국가 안보가 걸려있는 문제”라며 “의약품을 확보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큐어백에 어떤 제안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만 밝혔다. 미국 관리 한 명은 NYT에 “일부는 과장된 이야기”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오 기업 25곳 이상을 만나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제안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으로 지명된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국대사는 “디벨트암존탁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큐어백은 독일 튀빙겐 대학 내 기업으로 2000년 출범했다. 전염병 백신과 암·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이 주력 분야다. 대학 내 기업으로 출발한 만큼 독일과 유럽연합(EU)의 재정 지원으로 성장했다는게 독일 정부의 입장이다. 큐어백은 최근 오는 6~7월께 코로나19 임상시험에 돌입하는게 목표라고 발표했다. 큐어백은 이날 “회사나 기술 인수 제안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세계 여러 기관·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자국 제약기업 모데나를 앞세워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AP통신은 16일 익명의 미국 보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모데나가 공동 개발한 주사제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임상시험은 미국 시애틀주 워싱턴에 있는 카이저 퍼머넌트 워싱턴 건강연구소에서 청년 45명을 대상으로 한다. NIH가 자금을 댔다. 주사제 자체엔 바이러스가 없고, 부작용이 있는지만 검사하는 시험이라 자원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보건당국은 백신을 완전히 검증하는 데까지는 1년~1년6개월 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