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유를 증산해 러시아 등과의 ‘유가 전쟁’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자본지출을 확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아람코는 세계 석유의 12.6%를 생산한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람코는 이날 작년 실적과 함께 이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아람코는 작년 자본지출이 3280억 달러(약 400조원)이라며 올해는 자본지출을 2500억~3000억 달러(약 305조~367조원)선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아람코 관계자는 "2021년 이후 자본지출안도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FT는 “아람코가 부진한 실적을 낸 이후 이같은 계획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아람코는 이날 작년 매출이 1조1060억(약 357조원)으로 전년대비 7.4% 하락했다고 공시했다. 순이익은 전년대비 20.6% 급락한 3310억 리얄(약 107조원)에 그쳤다. 아람코가 작년 12월 사우디 타다울 증시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한 이후 내놓은 첫번째 성적표다. 아람코는 세계적인 유가 하락세, 작년 산유량 감소, 정제마진 악화 등이 실적 부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FT는 아람코의 자본지출 감소 계획이 유가 하락 장기화에 대비하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실적이 내린 와중에 러시아 등과의 증산 경쟁으로 저유가 상황이 오래갈 것 같으니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얘기다. 사우디는 앞서 오는 4월부터 원유 공식 판매가격을 배럴당 6~8달러씩 낮추고, 아람코의 일일 산유량은 기존 1200만 배럴에서 130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선 아람코의 지출 삭감 조치가 증산 계획과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FT는 “아람코가 생산 능력을 늘리려면 원유 관리·가공·수출 등 각 단계 방식을 정비하는 데에 수십억 달러를 써야 한다”며 “지출을 줄이면서 생산 능력을 현재보다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FT는 이어 “사우디 정부가 아람코 원유 증산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 자금을 배정할지 등도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아람코 지분의 98%를 소유하고 있다.

이날 아람코 주가는 전 장 대비 1.03% 내린 28.70리얄에 거래를 마쳤다. 사우디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휴장하고 일요일에는 증시가 열린다. 아람코 주가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 타격, 러시아와의 증산 경쟁 등 여파로 작년 12월11일 공모가(32리얄)를 밑돌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