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수, 미국이 멕시코보다 100배가량 많아
멕시코 보건차관 "북부 국경 통제나 감시 강화 방안 검토"
"트럼프 장벽이 코로나19도 막을까"…이젠 멕시코가 국경 걱정
국경을 길게 맞댄 미국과 멕시코 중 국경을 걸어 잠그려 하는 쪽은 주로 미국이었지만, 이젠 멕시코가 국경 단속을 더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멕시코가 국경을 통한 바이러스의 남하를 경계하게 된 것이다.

우고 로페스가텔 멕시코 보건차관은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지금 코로나바이러스의 가능한 움직임은 (국경) 남쪽에서 북쪽으로가 아니라 북쪽에서 남쪽"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북상하는 사람에 의해 바이러스가 옮겨질 가능성보다 그 반대의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로페스가텔 차관은 "기술적으로 필요하다면 (국경을) 통제하거나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엔 지금까지 1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사망자는 아직 없다.

이웃 미국이나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확산 속도가 느린 편이어서 오히려 진단 능력 등에 의구심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멕시코 당국은 지금까지 9천 건 이상의 진단 검사를 했다고 반박했다.

반면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천700명을 훌쩍 넘어섰고, 40명 넘게 사망했다.

확진자수로 따지면 미국이 멕시코의 100배쯤 많은 셈이다.

"트럼프 장벽이 코로나19도 막을까"…이젠 멕시코가 국경 걱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미국의 상황이 날로 악화하다 보니 멕시코 북부 국경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특히 우려가 커졌다.

멕시코 북부 주민들은 국경을 넘어 매일 미국으로 출근하거나 물건을 사러 오가는 경우가 많다.

이날 로페스가텔 차관의 발언도 북부 티후아나주 지역 언론 기자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국경 지역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티후아나 상공회의소의 훌리안 팔롬보는 최근 로이터통신에 사람들이 붐비는 티후아나 육로 국경의 검역이 너무 허술하다며, 국경 너머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에 대비해 더 철저하게 검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유세에서 국경 장벽에 관해 이야기하며 "감염을 막고 감염자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트위터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지지자의 메시지를 리트윗하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장벽이 필요하다"고 쓰기도 했다.

국경 장벽의 목적에 감염을 막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트위터 발언을 소개하면서 멕시코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의 큰 차이를 언급했다.

멕시코의 한 트위터 이용자는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얼른 장벽을 짓게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대로) 우리가 비용을 대자"고 비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