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냥꾼’으로 이름난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미국 에너지기업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을 지분을 대폭 늘린 뒤 옥시덴탈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이칸이 이끄는 투자기업 아이칸엔터프라이즈는 이날 옥시덴탈 지분을 9.9%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말 지분은 2.5% 수준이었으나 6600만 주 이상을 새로 사들였다.

아이칸은 이같은 발표와 함께 비키 홀럽 옥시덴탈 CEO의 해임을 요구했다. 옥시덴탈은 셰브런과의 치열한 인수 경쟁 끝에 셰일기업 아나다코를 작년 5월 550억 달러(약 67조원)에 인수했다. 당시 아이칸은 아나다코 인수를 반대했다.

옥시덴탈의 주가는 올해만 70% 넘게 폭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세계 에너지 수요가 줄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유가 전쟁이 벌어져 유가가 폭락한 탓이다. 셰일기업은 에너지 생산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싸 당분간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아나다코 인수를 위해 끌어쓴 부채 규모가 큰 것도 문제다.

아이칸은 “홀럽 CEO와 이사회는 인수전에서 무리한 도박을 벌였고, 결국 엄청나게 실패했다”며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칸은 이어 옥시덴탈을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공시를 통해 “미국 에너지 업계에서 통합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며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시기에 이사회가 기업 매각에 반대해선 안된다”고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칸이 조만간 열릴 옥시덴탈 주주총회에서 홀럽 CEO와 이사회 인사 등을 대거 교체하려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