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항공권 구하려 공항에 길게 줄서…민간 제트기 예약 증가"
미-유럽 여행객들 비행기·호텔 취소 이어져…수수료·환불 문제↑
트럼프 '유럽 입국금지' 후폭풍…유럽 내 미국인들 '귀국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럽발 미국행 여행을 13일부터 30일간 전면 차단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표 이후 유럽에 머물고 있는 미국인들의 귀국 전쟁이 시작됐다.

이번 조치가 미국 입국 이전 14일 동안 유럽에 머문 외국인에 국한되지만, 상황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태'가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발표로 많은 미국인이 취소된 항공편과 값비싼 재예약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려 발버둥 치는 통에 유럽의 일부 대형 공항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고 CNN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들 미국인 중 상당수는 당초 12일 밤 12시 이후 미국 도착시 입국 거부를 우려해 가능한 한 빨리 유럽을 떠날 필요가 있다고 잘못 믿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이 밝혀진 이후에도 많은 미국인은 여전히 잠재적인 비행 취소나 비행 금지 확대에 대한 우려로 유럽에서 벗어나길 원한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인 여행객인 몰리 버처 씨는 12~13일 암스테르담에서 뉴욕으로 가는 항공편이 무려 6천 달러라는 사실을 알고는 13일 이전에 영국으로 가려고 하는 중이다.

미국의 유럽발 미국행 여행 금지 국가에서 영국은 빠진 상태다.

그는 "우리는 암스테르담에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을 바꿔 영국이 더는 면제 대상이 아닐 경우에 대비해 귀국을 위해 (일정을)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항공권을 구하려 공항에 줄을 길게 서고 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버클리 출신의 한 디지털·데이터 담당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공항에서 미국인들이 항공권을 구하려 길게 줄지어 선 장면을 전했다.

그는 "나는 지금 공항에서 직장과 귀국을 걱정하며 울고 있는 미국인들을 보고 있다"며 "우리는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 멕시코시티를 거쳐 샌프란시스코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8시간 이내 입국 금지는 충분한 공지가 아니다"라며 "미국 정책의 실패이며, 대통령은 어떻게 해외에 있는 미국인을 돌봐야 하고 어떻게 바이러스를 막는지를 모른다"고 비판했다.

유럽으로 여행을 계획한 미국인의 일정이 어그러지기는 마찬가지다.

인도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일하는 마드훌리카 씨는 미국 시애틀에 사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2주 일정으로 파리로 놀러오기로 한 계획이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그는 "여행 제한이 30일간만 인지 알 수 없어 항공권을 취소할지, 날짜를 변경할지, 여행을 포기할지 알 수 없다"며 이 경우 환불이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28세 인도네시아인인 패니알다 푸트리 씨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 12일 로스앤젤레스행 항공권을 취소했다.

이 때문에 8일간의 휴가는 날아갔고, 동시에 2천달러짜리 비행기 티켓도 일단은 허공에 뜬 상태다.

그는 "모든 정부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조치를 할 권리가 있지만, 전체 대륙으로부터의 여행을 금지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불 여부에 대해 델타항공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룩셈부르크에 사는 사이먼 씨는 18개월 만의 미국 휴가를 포기할 생각이다.

그는 "2천 달러 상당의 미국 호텔, 렌터카, 항공편을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가 전화한 호텔 중 일부는 유럽인들의 예약 수천 건 취소를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고, 미국의 이런 조치는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NN은 "많은 여행자는 항공사들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 그리고 환불받을 수 있을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행 제한이 강화되고 이탈리아처럼 국가봉쇄 사례까지 나오자 상업항공 여행의 위상이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일부 여행객은 대체 항로를 찾고 있고, 민간 제트기 예약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유럽에 있는 미국인들이 하루빨리 귀국하려는 방법을 찾으면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민간 제트기 업체인 '프라이빗플라이'(Privatefly)의 CEO 애덤 트위델은 "지난 몇 시간 동안 유럽에 있는 미국인들로부터 많은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