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정상, 12일 일제히 긴급성명
“코로나19는 우리 세대 최악의 보건 위기”
휴교, 행사 금지, 격리 강화 등 긴급대책 내놔
유럽서 하루새 6000여명 급증… 확진자 3만명 육박

유럽 각국 정부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치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휴교, 행사 금지, 격리 강화 등 전례없는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하루새 유럽 전역에서 확진자가 6000명 가량 급증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12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긴급 대책을 발표하며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밤 코로나19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오는 16일부터 초·중·고교 및 대학 등 각급 학교를 무기한 휴교한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70세 이상의 만성질환자와 호흡기 질환자, 장애인은 자택에 머물러야 한다”며 “모든 국민이 꼭 필요한 용건 외에는 이동과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전국 병원 병상을 코로나19에 감염된 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해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연기를 검토했던 지방선거는 당초 일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파리시장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프랑스 지방선거는 오는 15일과 22일 1차 투표와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이날 밤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단계를 1단계 ‘억제’에서 2단계 ‘지연’으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정점 시기를 최대한 여름철로 늦춰 의료서비스에 대한 부담을 덜고,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계획이다.

존슨 총리는 “기침이나 고열 등을 겪는 사람들은 증상의 경미 여부를 떠나 누구나 최소 7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며 “격리조치는 해당 사람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된다”고 밝혔다. 그는 “누군가는 코로나19를 계절독감에 비유하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면역력 부족으로 인해 코로나19는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는 우리 세대 최악의 보건 위기”라는 것이 존슨 총리의 설명이다. 다만 잉글랜드 프로축구리그인 프리미어리그 등 스포츠 경기 중단이나 휴교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다만 존슨 총리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이 방안을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도 긴급 성명을 통해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오는 29일까지 각급 학교와 공공시설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100명 이상 모이는 실내 행사나 500명 이상 실외 행사도 금지된다. 아일랜드 정부는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 관광명소도 당분간 폐쇄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오스트리아, 덴마크, 리투아니아, 노르웨이, 루마니아 등에서도 학교 등 모든 교육기관이 문을 닫는다.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체코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오는 여행객을 국경에서 막기로 했다. 폴란드는 독일과 체코 국경에서, 슬로베니아는 이탈리아 국경에서 건강 검사를 할 계획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유럽연합(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는 필수 업무인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EU 기구 직원 자녀들을 위한 학교도 문을 닫았다. EU 집행위는 3만2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이 중 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이날 유럽 전역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6000명에 달한다. 누적 확진자 수는 2만8000여명으로, 조만간 3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이날 오후 6시 기준 1만5113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대비 2651명 급증했다. 하루 기준 최대 증가 폭이다.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이틀 연속 2000명대 증가세를 기록했다. 누적 사망자는 189명(22.8%) 늘어난 1016명으로 잡정 집계됐다.
“감기 증상만 있어도 격리”…코로나19에 멈춰선 유럽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스페인에서도 782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아 이날 환자가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섰다. 확진자는 3059명이며, 사망자도 86명으로 급증했다. 이탈리아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다. 특히 스페인의 양성평등 담당 장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페드로 산체스 총리를 비롯한 각료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로 했다. 스페인 프로축구리그인 프리메라리가도 2주일 동안 경기가 전면 중단됐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도 확진자가 546명이 늘어 2512명으로 집계됐다. 프랑스도 확진자가 2876명에 달한다.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스위스에서도 확진자가 216명 늘어난 868명으로 집계됐다. 북유럽에서도 최근 며칠새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확진자가 736명까지 늘어났고, 이날 첫 사망자도 보고됐다. 스웨덴(683명), 덴마크(674명), 네덜란드(614명) 등도 확진자가 100명 이상씩 늘었다. 영국의 누적 확진자는 590명으로, 전날 대비 확진자가 134명 증가했다. 영국에서 하루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