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느닷없이 '유럽 봉쇄'
라가르드, 각국에 책임 떠넘겨
미국 정부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잇달아 내놓은 긴급대책도 시장에 퍼진 대공황 공포를 막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잇단 발언이 오히려 시장의 혼란과 공포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밤(현지시간) 대국민연설을 통해 “13일부터 유럽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여행객 입국을 30일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에 입국하기 전 14일 안에 솅겐조약 가입국(26개)에 머물렀던 외국인이 대상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및 회원국과의 사전 협의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치였다.

당초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했다. 시장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여세 면제라는 기존 공약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의회 동의가 필요하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11분간 연설하는 동안 주식시장 가치가 5000억달러 파괴됐다”며 “대통령이 시장 가치를 파괴하는 새로운 세계 기록을 세웠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연설에 이어 다음날 열린 라가르드 총재의 기자회견도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ECB는 이날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적인 양적완화 대책과 은행 유동성 확보 조치를 내놨다. 기준금리와 예금금리 등 정책금리는 현 수준을 유지했다. 당초 정책금리 인하와 대규모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기대했던 시장의 예상을 뒤엎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금융시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각국 정부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우선 대응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되고 재정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당국이 보여준 안일하고 느린 움직임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장은 라가르드 총재가 코로나19 사태를 과소평가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뉴욕=김현석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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