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250명 이상 행사 금지"…시카고, 성패트릭의 날 행진 취소
요양시설협회 "가족도 요양시설 방문말라…코로나19, 노인에게 살인기계"
미국서 잇단 대규모 집회 금지·행사 취소…"모이지 마라"(종합)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1천 명을 넘어서면서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집회가 원천 금지되는 등 지역 보건당국의 대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날 뉴욕주가 주 방위군을 투입해 소독 작업과 격리 주민에 대한 식량 등 구호품 전달에 나선 데 이어 워싱턴주에서는 대규모 집회를 금지했고, 수도 워싱턴DC도 대형 행사의 취소를 권고했다.

CNN 방송과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보건국이 필수적이지 않은 대규모 집회와 콘퍼런스, 회의를 5월 31일까지 연기하거나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DC는 대규모 집회를 "특정 장소에 1천 명 이상의 사람이 모이는 행사"로 규정하며 이같이 권고하고 "또 많은 군중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문화·오락 행사도 재고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감염자가 나온 워싱턴주는 250명 이상이 모이는 모든 집회를 금지했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이날 시애틀 광역권의 킹카운티, 스노호미시카운티, 피어스카운티 등 3개 카운티에서 스포츠 행사나 콘서트, 기타 문화 행사 등에 이런 기준이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WP는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지금까지 나온 가장 과감한 조치 중 하나"라고 전했다.

또 시애틀은 12일부터 최소 14일간 공립학교를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 역시 대규모 집회와 실내 스포츠 경기 관람 자제를 권장하는 명령을 곧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도 모든 대규모 집회를 중단한다고 런던 브리드 시장이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1천명 이상이 참가하는 집단 이벤트는 모두 금지됐다.

시카고에서는 '성 패트릭의 날' 행진이 취소됐다.

성 패트릭의 날은 아일랜드에 처음으로 기독교를 전파한 수호성인 패트릭(386∼461년)을 기리는 기념일로, 아일랜드계 이민자가 많은 미국에서도 주요 행사로 열려왔다.

시카고의 이 행진은 미국 내에서도 큰 규모로 치러지는 행사로, 예년의 이 행진에는 미국 전역에서 찾아온 수십 만명이 참여했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이 시점에 행진 행사를 하는 것은 공중의 보건에 불필요한 위협을 제기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댈러스시도 자체 성 패트릭의 날 행진을 취소했다.

매년 300만∼500만 관광객이 찾는 미 국회의사당 투어도 이달 말까지 중단될 예정이라고 WP가 의회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스턴의 존 F. 케네디 대통령도서관·박물관은 직원 2명이 지난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이날부터 즉각 시설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도서관 측은 "이달 2∼11일 사이 도서관을 방문했다면 코로나19 증상이 있는지 건강을 잘 모니터하라"고 안내했다.

텍사스 휴스턴에서는 대규모 가축 전시회·로데오 행사가 코로나19 우려로 이날 조기 종료됐다.

2일 개막한 이 행사는 22일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

워싱턴 국립대성당을 포함해 워싱턴DC와 메릴랜드·버지니아주 교외에 있는 미국 성공회 교회들도 2주간 문을 닫는다.

주중 활동은 물론 일요일 예배도 중단된다.

뉴욕에서 녹화되는 토크쇼 등 일부 프로그램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앞으로 방청객 없이 촬영하기로 했다.

월트디즈니텔레비전은 이날 자사의 '라이브 위드 켈리 앤드 라이언', '더 뷰' 등 3개 토크쇼를 청중 없이 촬영한다고 밝혔다.

이들 쇼는 ABC 방송을 통해 전국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이다.

NBC도 뉴욕시 지침에 따라 '투데이' 등 2편의 아침 프로그램을 방청객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며 방영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CBS의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버트', HBO의 '라스트 위크 투나잇 위드 존 올리버' 등 인기 심야 프로그램도 앞으로 방청객 없는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

미국 요양시설 협회의 대표인 마크 파킨슨 미국헬스케어협회 회장은 요양시설이나 노인 주거시설에 대한 방문을 삼갈 것을 당부했다.

파킨슨 회장은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오늘부터 우리의 새로운 지침은 가족들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요양시설을 방문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전화나 문자 메시지, 영상통화 등으로 연락할 것을 권했다.

그는 "암울한 현실은, 노인들에게 코로나19는 거의 완전한 살인 기계와 같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이날 코로나19와 관련한 항공편 취소에 대해 5월 말까지 요건을 면제해주겠다고 밝혔다.

항공사들의 항공편 취소가 더 용이해진 것이다.

통상 FAA는 운항 일정 검토·승인 권한이 있는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 등 주요 공항에 대해 항공사가 할당된 활주로 슬롯(SLOT·시간당 이착륙 횟수)의 80%를 소진하도록 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이런 요건을 면제해주지 않을 경우 빈 여객기를 띄워야 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