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 코로나19 사태 관련해 첫 회견…체코 총리 "공포 유발" 비판
'70% 감염' 등 메르켈의 부정적 전망에 언론서 '현실적' 평가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남긴 대국민 메시지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전망이 포함됐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이 시험을 통과할 것으로 희망한다"고 국민을 북돋우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담담하게 상황을 평가하고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인구의 60∼70%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될 것이라고 한다"고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에 대해 "백신이 없고 치료제도 없다.

우리의 행동과 정치적 행동의 기준은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말한 것에 기인한다"고 상황 평가의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메르켈 총리는 보건 시스템이 과부하 되지 않도록 확산의 속도를 늦추고 정부의 각 기능이 제대로 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독일과 같은 경제는 (코로나19 확산 같은) 글로벌 도전 상황에서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우리는 경제적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메르켈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메르켈은 약한 게 아니라 현실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메르켈 총리가 '우리는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현실적으로 총리가 약속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메르켈 총리의 등장은 이번 사태가 과소평가되지 말아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쿠스온라인은 "누구도 독일과 유럽 경제가 곤두박질칠 것인지 대답하기 어렵다"면서 "메르켈 총리는 환상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세계 경제가 몇주 안에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매체는 "메르켈 총리의 메시지는 두 가지로,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의 '60∼70% 감염' 발언에 대해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의 상황에 대해 평가하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부 언론은 메르켈 총리가 너무 늦게 대국민 메시지를 보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포쿠스온라인은 "정부의 수장은 자신의 일을 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시민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보고 싶어 한다"면서 "늦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과 관련해 메르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만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에서 확진자는 1천900명을 넘어서며 급증세가 이어졌다.

사망자는 이날 한 명이 늘어나 3명이 됐다.

연방하원도 코로나19에 뚫렸다.

자유민주당 의원 한 명이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또, 확진된 법무부 직원과 같은 회의에 참석한 사회민주당 의원 15명이 자가 격리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