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3위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석유 증산 전쟁’에 참전을 선언했다. 오는 4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33% 늘리겠다고 밝히면서다.

UAE 최대 석유기업인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는 11일 “4월부터 하루 산유량을 40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OPEC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UAE의 하루 산유량은 303만 배럴이다. 이번 발표로 약 33% 증산하는 셈이다. ADNOC 측은 “추후 하루 산유량을 500만 배럴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이날 리야드증시(타다울)에 낸 공시에서 “지속할 수 있는 산유 능력을 하루 1300만 배럴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람코의 지난달 하루 평균 생산량(970만 배럴)보다 34% 증가한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가 전략 비축유까지 시장에 쏟아붓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러시아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국영 방송사 로시야24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석유회사들은 하루 최대 50만 배럴까지 증산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의 산유량은 하루 1130만 배럴 수준이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제 원유시장이 앞으로 6개월 동안 고통스러운 상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증산을 준비 중인 만큼 몇 달간 배럴당 20달러 선을 향해 유가가 추가 급락하는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골드만삭스는 올 2분기와 3분기 전망을 배럴당 30달러로 낮춰 잡고, 최악의 경우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유국 간 감산 합의 실패로 이틀간 40% 폭락한 국제 유가는 반등했다. 지난 1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일보다 배럴당 3.23달러(10.4%) 오른 34.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안정락/정연일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