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주가가 10% 폭락해 거래가 일시 중지됐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람코 주가는 오전 10시(현지시간) 사우디 타다울 증시가 열리자마자 약 10% 곤두박칠쳤다. 전일 종가 30.05리얄에서 27리얄로 내렸다. 타다울 증시는 규정에 따라 아람코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이후 거래가 풀렸지만 아람코 주가는 장중 27리얄 초반에서 간신히 제자리걸음하는 모양새다.

이날 아람코 주가는 작년 12월11일 증시 상장 이래 최저치다. 공모가(32리얄)도 밑돈다. 30리얄 밑으로 내려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올들어 유가 하락세가 뚜렷하지만 그간 아람코 주가는 33~34리얄을 오갔다.
아람코 주가 추이
아람코 주가 추이
이는 러시아 등과 원유 추가 감산에 실패한 사우디가 되려 원유를 증산해 '가격 전쟁'을 벌인 여파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다음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기존 일평균 970만 배럴에서 100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당분간 치킨게임을 하겠다는 얘기다.

사우디의 계획이 보도된 이후 유가는 1991년 걸프전 이후 최대 낙폭을 냈다. 지난 8일 런던 ICE선물거래소 야간 시장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31.5% 떨어져 배럴당 31.02달러에 거래됐다. 2016년 1월 이후 4년 2개월만에 최저치다. 직전 거래에서 10%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이틀간 40% 이상 폭락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배럴당 27.34달러까지 떨어져 전장보다 약 34% 하락했다. 2016년 2월(26.05달러)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이날 중동 일대 산유국 증시도 각각 급락했다. 사우디 타다울 증시는 전일 대비 8% 내렸다. 지난 8일 8.3% 하락한 데 이은 큰 내림폭이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이슬람권 주요국 증시는 대부분 금요일과 토요일에 휴장하고 일요일에는 열린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증시는 전일 대비 8.7%, 아부다비 증시는 7.7% 하락했다. 쿠웨이트 증시는 이틀 연속 장중 10% 폭락해 거래 중지를 겪었다. 이날도 거래 시작 30분 만에 거래가 유보됐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