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서 한동안 잠잠한 듯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른 속도로 다시 확산하고 있다.

8일 베트남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던 이 나라에서 지난 6일 유럽을 여행하고 하노이공항을 통해 귀국한 20대 베트남 여성 응우옌 씨 자매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밀라노와 파리 등에서 패션쇼를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에는 하노이에 있는 이들의 친척(64)과 운전기사(27)가 차례로 추가 확진자가 됐다.

자매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에 입국한 61세 베트남 남성과 외국인 9명이 이날 하노이와 베트남 북부 꽝닌·라오까이성, 중부 다낭·후에시에서 잇달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과 별도로 대구를 여행한 뒤 지난 4일 부산발 여객기로 귀국해 베트남 북부 꽝닌성 번돈공항 근처 시설에 격리돼 있던 27세 베트남 남성도 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누적 확진자는 30명으로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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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보건당국은 응우옌 자매와 같은 비행기를 이용한 승객과 승무원 217명을 추적,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있으나 상당수가 외국인이어서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입국 제한 조치를 해온 베트남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당국은 국적을 불문하고 7일부터 입국하는 모든 사람에게 검역 신고를 하도록 했다.

지난 2일 처음으로 2명의 확진자가 나온 인도네시아에서는 6일 확진자 4명이 추가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첫 확진자 두 명의 밀접 접촉자 25명을 추적한 결과 네 명이 인플루엔자 증세를 보여 격리 중이며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해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1월 27일 이후 확진자가 없다고 밝혀온 캄보디아에서도 지난 7일 38세 캄보디아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일본인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일본인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캄보디아 북서부 시엠레아프주를 방문했다가 베트남 호찌민공항을 경유해 일본으로 돌아간 직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일본인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캄보디아인 48명이 시설 또는 자가에 격리된 상태다.

지난달 5일 이후 확진자가 없었던 필리핀에서도 지난 6일 일본을 다녀온 40대 남성과 최근 외국을 방문하지 않은 60대 남성이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어 7일에는 60대 남성의 아내도 확진자가 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로 했다고 정부 대변인이 전했다.

싱가포르에서는 8일 12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가 150명으로 늘었다. 한 식당 만찬 행사에 참석했던 4명이 추가 확진자가 돼 이 행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모두 21명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나타나는 등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태국도 7일 이탈리아에 출장을 다녀온 뒤 밀착 감시를 받고 있는 6명 가운데 40대 자국민 두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가 50명으로 집계됐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 6일 하루에만 확진자가 28명이나 늘었고, 7일 10명, 8일 6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가 99명으로 증가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