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바이러스 진원지' 오해살 미 CNN 방송에 '발끈'
프랑스 민영방송은 '코로나 피자' 소개하며 국민 감정 자극
세계 20개국 안팎에서 이탈리아와 관계된 첫 확진자 나와

세계 '슈퍼 전파국' 오명 쓴 이탈리아…"어쩌다 이지경까지"
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거점인 이탈리아가 '슈퍼 전파국'이라는 오명과 함께 수난을 겪고 있다.

6일(현지시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에 따르면 미국 CNN방송은 최근 코로나19 관련 뉴스에서 '이탈리아발 코로나19 감염 사례'라는 굵직한 자막과 함께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상황을 묘사한 세계지도 그래픽을 내보냈다.

이탈리아라고 표시된 큰 원에서 미국,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전 세계로 십수개의 화살표가 뻗어 나가는 그래픽이다.

이탈리아를 방문한 뒤 자국에서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이탈리아인 바이러스 보균자가 외국에서 확진된 상황을 나타낸 것이다.

그래픽에는 바이러스가 발원한 중국을 비롯해 이란, 일본, 한국 등 주요 감염국에는 별다른 표기가 없다.

보기에 따라선 이탈리아가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오해될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CNN 보도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세계 '슈퍼 전파국' 오명 쓴 이탈리아…"어쩌다 이지경까지"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CNN 방송을 보면 이탈리아가 마치 바이러스의 근원인 것처럼 비친다"면서 "이는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단 CNN만 그런 게 아니다.

다른 전 세계 언론들이 이탈리아를 잘못된 방식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같은 유럽에서도 이탈리아는 '풍자'의 대상이 됐다.

이웃 나라 프랑스의 한 민영방송은 한 인기 풍자 프로그램에서 요리사가 초록색 타액을 내뱉은 피자를 보여주며 "세계에 출시될 새로운 이탈리안 피자"라는 설명과 함께 '코로나 피자'라고 소개해 이탈리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탈리아가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취지의 조롱 섞인 메시지에 구겨진 국민감정이 표출된 것이다.

이탈리아 현지에선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나"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 '슈퍼 전파국' 오명 쓴 이탈리아…"어쩌다 이지경까지"
지난달 21일 첫 지역 사회 감염이 확인된 이탈리아는 5일 현재 누적 확진자 3천858명에 사망자는 148명에 이른다.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13일 만에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었다.

하루 평균 300명이 신규 확진 판정을 받고 11명이 사망한 꼴이다.

확진자 수는 중국·한국에 이어 세 번째, 사망자 수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확진·사망자의 90%는 밀라노, 베네치아 등 유명 관광도시가 있는 북부 지역 출신이다.

문제는 바이러스가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간 6천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 방문국인 이탈리아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인적 교류가 많다는 장점이 바이러스 사태 국면에선 치명적인 단점이 됐다.

이날 현재 역학적으로 이탈리아와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첫 확진자가 나온 국가만 공식적으로 20개국 안팎에 이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튀니지,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도미니카공화국, 요르단, 인도, 체코, 슬로베니아, 우크라이나,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덴마크, 스위스, 그리스, 북마케도니아, 이스라엘 등이다.

일부에선 이탈리아를 중국과 더불어 세계적인 '슈퍼 전파국'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세계 '슈퍼 전파국' 오명 쓴 이탈리아…"어쩌다 이지경까지"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이탈리아를 오가는 직항노선 운항을 속속 중단하고, 여러 국가가 이탈리아인 입국을 막거나 검역을 강화하는 현상도 과거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이탈리아 로마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현지인들과 얘기를 해보면 이탈리아가 이런 대접을 받는 상황에 그들도 당혹해하고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이탈리아에선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고자 전국 모든 학교에 일시 휴교령을 내리고 모든 축제·문화행사를 중단하는 등 사회적 활동이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