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미국 보건당국이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 세워놓은 크루즈선에 헬리콥터로 의료진과 진단키트를 보내 검사를 시작했다. 2주 넘게 해상에 격리해 700명의 확진자가 쏟아진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사태의 재연을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CNN 등은 5일(현지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의료 요원들이 캘리포니아주 공군 헬기를 타고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은 공수부대원처럼 로프를 타고 배에 내렸다. 헬기는 진단키트를 배 위로 떨어뜨렸다.

CDC는 승객과 승무원 등 약 100명을 우선 검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선내 코로나19 증상자가 승객 11명, 승무원 10명 등 총 21명이라고 한 것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다. 뉴섬 주지사는 전날 “탑승자 전원에 대한 검사를 마친 뒤 하선시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은 “보건당국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검사 규모와 하선 일정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정정했다.

그랜드 프린세스호는 샌프란시스코를 기점으로 멕시코, 하와이 등을 오가는 크루즈선이다. 지난달 11~21일 이 배를 타고 멕시코에 다녀온 캘리포니아주의 71세 남성이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다가 지난 4일 숨졌다. 이 사망자와 같이 여행한 다른 두 명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크루즈선은 사망자와 다른 확진자가 내린 지난달 21일 하와이를 향해 다시 출발했다. 사망자와 같이 탔던 이들 중 하와이 여정을 이어간 62명을 포함해 승객 2400명, 승무원 1100명 등 총 3500여 명이 탑승해 있다.

CDC와 캘리포니아주는 사망자가 나온 4일 하와이 일정을 마치고 멕시코로 이동하던 이 배를 샌프란시스코로 긴급 회항시켰다. 또 승객들이 각자 객실에서 스스로 격리하도록 했다. 탑승자들은 당국의 조치 직전까지 선내를 자유롭게 왕래했다.

의료진은 확보한 검체를 캘리포니아 공중보건연구소로 보낼 계획이다. 첫 검사자들의 결과는 1~2일 내 나올 전망이다. CDC는 선별 검사 결과와 선내 승객들의 증상 등을 종합해 하선 일정과 이 배가 정박할 항구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미 정부는 3500여 명의 하선에 대비해 샌프란시스코 인근 의료시설과 군부대 등의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우왕좌왕하다 700여 명의 감염자를 발생시킨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