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로이터
제록스는 지난해 11월 HP를 335억달러(약 40조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번과 같은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후 HP에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동일한 답변이 돌아오자 지난 2일 인수 제안가를 350억달러(약 41조7000억원)로 높였다. 제록스 최대 주주이자 HP 지분 4.24%를 보유한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두 회사의 합병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WSJ는 HP가 제록스의 인수 제안을 거듭 반려한 데 대해 "인수합병(M&A)에 따른 이익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두 회사가 전문으로 하는 분야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제록스는 대형 프린터가 주력 상품인 데 반해 HP는 PC와 소형 프린터를 주로 생산한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합병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두 기업의 신용지표에는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전했다.
HP의 거듭된 거절에도 제록스의 인수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록스는 HP 주주들을 상대로 회사 지분을 자신들에게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HP는 이에 맞서 특정 투자자가 자사 주식을 2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독소조항을 최근 도입했다. HP는 지난달 시가총액 절반 규모인 160억달러(약 19조원) 상당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밝혔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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