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이달 들어 급반등했다. 최근 야당의 반대로 하원에서 계류되고 있던 연금개혁 법안을 정부가 직권 처리한 이후다. 현지 언론들은 "야당과 노동조합이 정부의 법안 직권 처리에 반발하고 나섰지만 정작 시민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라고 분석했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르피가로가 발표한 자체 설문 결과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이달 들어 28%를 기록했다. 지난달 24%에서 4%포인트 뛰었다. 국정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건 마크롱 대통령뿐만이 아니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의 지지율도 지난달 25%에서 이달 30%로 5%포인트나 뛰었다.

르피가로는 "프랑스 시민들이 마크롱 정부가 연금개혁 법안을 직권 처리한 일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풀이했다. 마크롱 정부는 지난달 29일 연금개혁 법안과 관련해 헌법 제49조3항을 발동했다. '의회가 반대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특정 법안을 직권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발동 시 정부는 의회 심의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르피가로는 "이번 결과는 무턱대고 연금개혁 법안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의 외침이 프랑스 시민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프랑스 연금개혁안은 정부가 최근 몇 달간 시민단체 등과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지난달 17일 의회에 상정해 심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4만1000건에 달하는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법안이 의회에 계류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이 의회 다수당이라 법안 통과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를 지연시키려는 작전이었다.


마크롱 정부가 헌법을 동원해 연금개혁 법안을 직권 처리하자 야당 의원들은 반발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 등에서는 '마크롱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회가 혼란한 틈을 타 기습 입법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는 "도대체 어떤 정부가 민주주의를 약화하는 데 보건 위기를 이용하느냐"라고 말했다. 다른 야당인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는 "프랑스 국민은 이런 수치스러운 작전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프랑스 야당 의원들은 지난 3일 의회에 모여 정부의 연금개혁 법안 직권 처리에 반대하는 발의안을 냈다. 다만 발의안은 부결됐다. 여당이 의회 다수당인 까닭이다. 이날 야당 지도자들은 의회 연단에 올라 "마크롱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이는 더 이상 퇴직연금개혁 문제가 아니라 연금개혁의 퇴직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마크롱 대통령을 규탄했다.

같은 날 프랑스 노조연합회는 전국 각지에서 총파업과 시위를 벌였다.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 법안 직권 처리에 반대하는 여당 의원들과 뜻을 같이하는 차원에서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적은 2만여 명 만이 시위에 참석했다.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는 6200명 만이 거리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연금개혁에 반대해 시위에 나섰던 50만 인파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었다.

프랑스 언론들은 "정부가 충분히 양보했는데도 계속 반대만 해대는 야당과 노조에 시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말 연금개혁 계획을 발표한 이후 시민사회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절충안을 모색했다. 지난 1월에는 연금개혁 관련 노조 측 핵심 요구사항인 연금수령 자격 연령 상향을 철회하는 양보안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 지도부는 "정부가 연막을 치고 있다"며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 12월 50%가 넘었던 철도노조 파업 참가율이 최근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일반 시민들은 속속들이 일터로 복귀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제개혁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연금개혁은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을 단일 체제로 통합하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프랑스 노동계는 “연금 수령액 삭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난해 12월부터 이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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