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출입국 도장 안 찍고 사우디 성지순례객 왕래 허용…전염에 책임"
이란에 사우디인 출입국 명단 요구…방문자 자진신고 유도
코로나19 '철벽봉쇄' 사우디, 이란 다녀온 자국민에 허찔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란이 사우디인의 입출국을 허용한 탓에 자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유입됐다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그러면서 2월1일부터 이란에 입국한 적 있는 사우디 국적자의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최근 이란을 다녀왔거나 현재 이란에 체류하는 사우디인이 48시간 안에 자진 신고하면 처벌하지 않겠다면서 '이란발' 코로나19 유입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웃 중동국에 비해 확진자 수(5명)가 적지만 사우디가 이란 여행 이력을 적극적으로 추적하는 것은 사우디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란을 방문한 적 있거나 그 가족으로 밝혀져서다.

사우디는 이란과 단교한 탓에 사우디 국적자에게 이란은 여행 금지국이다.

하지만 사우디의 소수 시아파 무슬림은 쿠웨이트나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거쳐 이란의 시아파 성지를 방문한다.

사우디 정부는 "이란이 사우디 국적자의 여권에 이란을 방문한 기록이 남지 않도록 출입국 도장을 찍지 않는다"라며 "특히 전염병이 확산하는 때 이는 매우 무책임한 행태다"라고 규탄했다.

사우디의 확진자 중 한 명은 이란 방문 사실을 숨겼다가 확진으로 판정된 뒤에야 이를 실토했다.

사우디 정부는 또 "출입국 도장을 찍지 않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직접적인 책임을 이란이 져야 한다는 증거다"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철벽봉쇄' 사우디, 이란 다녀온 자국민에 허찔려
사우디는 이란에서 지난달 1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하자 어느 나라보다도 발병국에 대해 강한 '봉쇄 작전'을 폈다.

자국민뿐 아니라 자국 거주 외국인의 이란 방문을 금지했을 뿐 아니라 한국, 중국(홍콩 포함), 일본, 대만, 이탈리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24개국을 14일 이내에 방문한 적 있는 외국인을 입국 금지했다.

한국, 중국, 일본, 이탈리아, 베트남 등 22개 코로나19 발병국 국적자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도 일시 중단했다.

외국인과 자국민을 막론하고 이슬람 최고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의 비정기 성지순례(움라)도 이례적으로 잠정 중단했다.

또 걸프협력회의(GCC·아라비아반도 6개국으로 구성) 회원국 국민이나 거주 외국인이 아라비아반도 밖으로 여행했을 때는 14일간 사우디에 입국하지 못하도록 했다.

GCC 회원국에 다녀온 자국민과 거주 외국인은 입국 즉시 보건 당국에 여행 사실을 알리도록 하고 아라비아반도 외부로 여행했다면 역시 14일간 기다린 뒤 입국해야 한다.

그런데도 중동에서 코로나19의 '진원'으로 지목되는 이란을 비공식 통로로 다녀온 뒤 이 사실을 숨긴 자국민에 봉쇄망 빈틈이 생기면서 더 확산하기 전에 능동적으로 이들을 추적하는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