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연합뉴스
중도 성향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로 부활했다. 전날 민주당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좌파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꺾고 예상밖 승리를 거두면서다. 여기에 또 다른 중도 성향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4일(현지시간) 경선 포기와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면서 바이든은 완벽한 중도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다.

블룸버그는 4일(현지시간) 경선 중단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대통령)를 물리치는건 가능성이 제일 큰 후보 뒤에서 뭉치는 데서 시작한다"며 바이든 지지 의사를 밝혔다. 블룸버그의 성명은 전날 경선이 열린 14개주 중 10개주에서 바이든이 승리한 직후 나왔다.

앞서 슈퍼 화요일 직전에 또 다른 중도 성향 후보인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인디애나주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경선 포기와 함께 바이든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바이든은 부티지지와 클로버샤를 엮은 '1차 후보 단일화'로 슈퍼 화요일에서 샌더스에 예상밖 역전승을 거뒀다. 여기에 블룸버그까지 가세한 중도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바이든은 향후 민주당 경선에서 절대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여론조사 분석업체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가 2월28일~3월3일 실시된 4개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바이든이 27.5%로 1위에 올랐다. 샌더스는 26.0%였다. 바이든은 2월 여론조사에선 대부분 샌더스에 뒤졌다.

주목할 건 이들 여론조사에서 블룸버그, 부티지지, 클로버샤의 지지율 합계가 28%나 된다는 점이다. 바이든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이들을 지지했던 유권자의 상당수를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6개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오는 10일 '미니 슈퍼 화요일'에는 바이든의 위력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의 최대 강점은 '본선 경쟁력'이다. 민주당 유권자들은 11월3일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중도 성향의 바이든을 꼽고 있다. 반면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는 당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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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는 코너에 몰렸다. 지난달 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에서의 선전을 통해 대세론을 굳히는듯했지만 '중도 후보 단일화'라는 벽에 막힌 형국이다.

변수는 또 다른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워런 캠프측과 소식통을 인용해 워런이 경선을 계속할지 고민하고 있으며 샌더스측과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런이 경선을 포기하고 샌더스 지지를 선언하면 경선 구도가 '바이든 대 샌더스'로 압축되면서 샌더스가 반격에 나설 동력을 얻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민주당 슈퍼화요일 경선에 대해 "바이든의 놀라운 컴백"이라고 평가하면서 워런을 "방해물"이라고 비난했다. 워런이 일찌감치 후보 사퇴를 했다면 샌더스가 슈퍼화요일의 승자가 됐을 것이란 얘기다. 트럼프는 바이든보다 샌더스가 대선에서 손쉬운 상대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