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상원 원내대표, 보수 대법관들에 "낙태제한 찬성시 무슨 일 일어날지 몰라"
미 대법원장 "부적절" 이례적 질책…트럼프도 "대법원에 대한 위협" 트윗
미 '낙태 판결' 앞두고 민주-대법원 공개갈등…트럼프도 가세
미국 대법원이 낙태 제한 법안을 심의하는 가운데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보수적인 일부 대법관들을 비난하고 이에 대법원장이 나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미 대법원과 민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존 로버츠 미 연방대법원장은 4일(현지시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이례적으로 질책하고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전날 '낙태권리' 집회에 참석,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등 두 명의 연방대법관을 거론하며 만약 이들이 낙태 제한에 찬성하는 판결을 하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것"이라고 비난했다.

슈머 원내대표의 발언은 연방대법원이 루이지애나주로부터 낙태 소송에 대한 반론을 듣던 와중에 나온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집회 연설에서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고서치와 캐버노 대법관을 임명한 이후의 첫 주요 낙태 사건이라면서 공화당 주도의 주 입법부가 제한적인 낙태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여성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보수 성향의 고서치와 캐버노 대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임명했으며, 이로 인해 연방대법원 이념 지형이 5대 4의 보수 우위로 바뀌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슈머 원내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성명을 내고 "최고위층으로부터의 이런 위협적인 발언은 부적절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며 "법원의 모든 구성원은 두려움이나 호의 없이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이것(슈머의 발언)은 대법원에 대한 직접적이고 위험스러운 위협"이라며 "만약 공화당 누군가가 이렇게 했다면 그는 체포되거나 탄핵당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진지한 행동을 취해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슈머 원내대표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는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로버츠 대법관의 언급에는 반박했다.

슈머 원내대표의 대변인은 "로버츠가 트럼프 대통령이 진보적인 두 명의 대법관을 공격했을 때는 침묵하면서도 슈머의 발언에 대한 우파의 의도적인 곡해를 따라가는 것은 그가 단순히 판정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저소득 이민자에 대한 불이익이 강화된 정부의 새로운 생활보호 대상자 정책을 비판한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의 언급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에 대해서도 2016년 대선 때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했다며 그가 편파적이라고 비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