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온라인상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한 긴급경보를 발령했다.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나 광고 등을 담은 가짜뉴스가 확산돼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4일(현지시간) EU 관련 전문매체인 유랙티브닷컴에 따르면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3일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코로나19 관련 긴급 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주최한 베라 주로바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온라인상에서 코로나19 관련 다양한 유형의 허위정보가 발견되고 있다”며 “참석 기업들과 유해하거나 금지되는 콘텐츠, 과장 광고 등을 삭제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EU 집행위는 온라상에서 활개치는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해 조기경보(rapid alert) 시스템을 발령했다. EU가 지난해 3월 도입한 이 시스템은 특정 시점에 비약적으로 빈도수가 늘어나는 단계부터 각 회원국이 경보를 발령해 공동 대응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후 조기경보 시스템이 발령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U는 코로나19를 완치할 수 있다는 가짜 치료법이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 및 확산방식 등에 대한 가짜뉴스가 활개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3일(현지시간) “대형 IT 업체들이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여전히 잘못된 정보와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키워드 검색 시 공인된 의학 자료가 제공되도록 하고, 오류가 지적된 콘텐츠는 삭제하는 등 코로나19 관련 가짜 뉴스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트위터는 코로나19 관련 키워드 검색을 할 때 사용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과도한 공포를 유발하는 내용이 온라인상에서 활개치고 있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가 가뜩이나 확산되고 있는 동양인들을 향한 혐오차별을 더욱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전역에서 동양인들을 향한 혐오차별 행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영국에선 지난 3일 한 싱가포르 출신 학생이 런던 번화가인 옥스퍼드서커스에서 다수의 청년들로부터 폭행당하기도 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