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14개 주 경선이 치러진 ‘슈퍼 화요일’의 최대 패자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억만장자인 그는 최소 5억달러(약 6000억원)에 달하는 선거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경선판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14개 주 경선에서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블룸버그가 중도하차할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시간)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대부분 3~4위에 그치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는 2월에 열린 4개 주 경선을 건너뛰고 슈퍼 화요일에 집중해왔다. 민주당 대의원의 3분의 1이 걸려 있는 슈퍼 화요일에 의미있는 승리를 거둠으로써 단번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가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를 위해 사비를 들여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했다. 다른 유력주자보다 적게는 수십 배, 많게는 수백 배에 달하는 자금을 쓴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추정했다. 이에 따라 경쟁 후보들 사이에선 ‘돈으로 선거를 산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AP통신은 블룸버그가 슈퍼 화요일의 초라한 성적에 실망해 경선을 계속해야 할지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캠프 측근 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경선에 등판하자마자 하차를 고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블룸버그의 실패는 지난달 19일 민주당 TV토론회 때부터 예고됐다. 이 토론회는 블룸버그의 첫 TV토론회였다. 당시는 유력 중도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추락하면서 대세론을 상실하던 때였다. 잘하면 블룸버그가 바이든의 빈틈을 치고 들어와 그 자리를 꿰찰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과거 여성 비하 발언, 뉴욕시장 재임 시절 유색인종에 대한 과도한 불심검문 등과 관련해 경쟁후보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고, 이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CNN은 이 토론회를 “블룸버그에게 총체적 재앙”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을 나흘 앞둔 지난달 25일 TV토론회에서 반전을 노렸지만 이미 힘이 빠진 상태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 밤 지금까지 가장 큰 패배자는 미니 마이크 블룸버그”라며 “블룸버그가 7억달러를 하수구에 흘려보냈다”고 조롱했다. ‘미니 마이크’는 블룸버그의 작은 키에 빗대 트럼프가 붙인 별명이다. 7억달러라는 수치는 블룸버그가 그동안 선거자금으로 썼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한 5억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이 섞였을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