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장관 "마스크 등 긴급히 필요" 공개 요청
이란, 美 제재로 의약품 등 태부족
'미국한텐 지원 안 받아' 입장은 고수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놓고 국제 사회에 공개적으로 대(對)이란 구호 요청을 했다. 이란은 그간 미국의 코로나19 관련 물적 지원 등을 거절했다. 하지만 이번엔 구체적인 품목까지 지정해 구호 요청을 내놨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세계보건기구(WHO)과 우방국의 코로나19 관련 지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란은 현재 N95마스크, 의료용 3중 마스크, 방호복, 수술복, 코로나19 검사키트, 환풍기 등이 긴급히 필요하다”고 알렸다. 현재 이란 내엔 일선 의료진에게 필수적인 마스크와 수술복 등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N95마스크는 코로나19 환자로부터 발산한 에어로졸을 막아주는 의료·방역용 특수마스크다.

이란은 중동 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반면 의약품이나 코로나19 검사장비 등은 태부족인 나라다. 미국의 경제·금융 제재로 인해 일반적인 경로로는 검사키트나 의약품을 수입하기 어려워서다.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날 트윗에 “미국이 이란에 경제적 테러를 벌이고 있어 이란 환자들이 위험에 처한 상태”라고 썼다.

이란은 이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등에서 기증을 통해서만 필요 물품을 확보하고 있다. 이란 당국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중국에서 보낸 코로나19 검사키트 지원 1차분 5000여개와 마스크 약 25만장을 받았다. 앞서 중국은 이란에 검사키트 2만개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란은 WHO로부터는 키트 5만2800개를 받는다.

이란은 병상과 병원 등 기존 의료 인프라도 부족하다는 평이다. 이때문에 국회의원 등 고위급 요인도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2일엔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자문 격인 무하마드 미르 모함마디 국정조정위원회 위원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 이란 국정조정위원회는 이란 최고지도자를 보좌하고 중장기 국가정책을 입안하는 주요 기관이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지원만큼은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코로나19 사태 관련해 이란을 돕겠다고 하지만, 이란은 미국의 도움이 필요치 않다고 답하겠다”며 “미국의 저의를 의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선의로 도움을 제안한 것이라면 먼저 언론을 통해 떠들썩하게 공개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란 보건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501명, 사망자는 66명이라고 발표했다. 확진자는 전일 대비 523명이나 늘었다. 현지 언론은 당국이 중국 등으로부터 받은 검사키트를 본격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검사 수가 늘어 확진자도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12명 늘었다. 이란은 중국 외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