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구조사서 집권 리쿠드당 승리 전망…강경한 '안보행보' 통한 듯
17일 첫 재판으로 도덕성 논란은 이어질 공산 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70) 총리가 정치적 고비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또 보여줬다.

채널13 등 이스라엘 방송사들은 2일(현지시간) 총선 출구조사 결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보수 집권당 리쿠드당이 36∼37석을 차지해 최다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베니 간츠(60) 대표가 이끄는 중도 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은 32∼33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에 의해 차기 총리 후보로 다시 지명될 공산이 커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재임 기간이 모두 13년 11개월을 넘어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로 통한다.

보수 강경파 정치인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계속 집권해왔다.

한숨 돌린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 네타냐후…부패혐의는 부담
네타냐후 총리는 달변과 유창한 영어 실력, 지적인 이미지 등을 앞세워 이스라엘인들 사이에서 '비비'(Bibi)라는 애칭으로 오랫동안 높은 인기를 누렸다.

특히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태어난 세대 중 첫 총리라는 상징성이 크다.

네타냐후 총리는 1949년 10월 이스라엘의 지중해 도시 텔아비브에서 태어났고 사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고등학교에 다녔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와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네타냐후 총리는 1982년 주미 부대사에 임명됐고 1984∼1988년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지냈다.

이후 1988년 초선 의원에 오른 뒤 1993년 보수 리쿠드당 당수가 되면서 탄탄대로를 달렸다.

1996년 선거에서는 오슬로평화협정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약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몬 페레스 노동당 대표를 누르고 처음 총리에 당선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46세로 이스라엘 역사상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을 세웠다.

1999년 총선에서 패배 후 정계를 떠났다가 2003년 아리엘 샤론 총리의 연립정부에서 외무장관과 재무장관으로 일했다.

그러나 2년 뒤 샤론 총리가 가자지구의 정착촌 철수를 감행한 데 반발해 재무장관직을 사임했다.

네타냐후는 2005년 12월 다시 리쿠드당 대표에 올랐지만 리쿠드당은 이듬해 총선에서는 고작 12석을 얻으면서 참패했다.

2009년 총선에서도 리쿠드당은 집권당 카디마당에 1석 차이로 패해 2위에 그쳤다.

그런데도 네타냐후는 보수 진영의 지지를 받아 10년 만에 총리직에 복귀했고 2013년과 2015년 총선에서 연달아 승리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인기 비결에는 군대 경력과 안보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가 한몫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대학 졸업 뒤엔 이스라엘 육군 특전사에 장교로 입대해 5년간 복무한 뒤 대위로 전역했다.

그는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에서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전투에 참여하는 등 전투에 참여했고 다치기도 했다.

그의 친형인 요나탄은 1976년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에게 납치된 프랑스 여객기를 구출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펼친 '엔테베작전'에서 특수부대를 지휘하다 숨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친형의 사망을 계기로 대(對)테러 연구에 몰두해 테러 관련 전문서를 여러 권 내기도 했다.

한숨 돌린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 네타냐후…부패혐의는 부담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 유권자들을 겨냥해 영토, 안보 분야에서 강경한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1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이스라엘에 편향된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했을 때 네타냐후 총리도 자리를 함께했다.

또 총선에서 승리하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을 이스라엘에 합병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과감한 메시지가 유권자들에게 일정 부분 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에 파란불이 켜졌지만, 부패 혐의는 계속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작년 11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이스라엘에서 현직 총리가 기소되기는 네타냐후 총리가 사상 처음이며 그는 청백당 등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

네타냐후의 첫 재판이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어서 도덕성 논란이 다시 부각할 공산이 크다.

네타냐후 총리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 등으로부터 수년간 '돔 페리뇽' 등 고급 샴페인과 '파르타가스' 쿠바산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스라엘 최대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재판에서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