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성향 부티지지 "트럼프 꺾을 후보 절실"…사퇴 전 오바마·바이든과 대화
바이든 러브콜에 지지 여부 검토…트럼프 "부티지지 표 바이든에 갈 것" 경계
부티지지 하차로 바이든 탄력받나…미 민주 중도표심 쏠릴듯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에서 초반 돌풍을 일으킨 피트 부티지지(38)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중도에 하차하면서 레이스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아직 자신이 누구를 지지할지 밝히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들은 같은 중도 성향을 지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힘을 얻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1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꺾을 민주당 후보를 배출해야 한다는 목표 때문에 선거운동을 중단하는 게 전략적으로 절실했다고 사퇴 사유를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꺾기 위해 미국인들이 단결하도록 돕는 게 언제나 내 목표였다"며 "대선 경선의 현시점에서 이런 목표에 대한 신념을 지킬 최선책이 비켜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 승산이 높은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풀이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부티지지 전 시장은 선거자금 후원자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실제로 이런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후원자는 부티지지 전 시장이 "산술적으로 볼 때 중도하차가 옳은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맞설 수 있는 적절한 종류의 후보를 배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은 현재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2파전으로 압축되는 양상을 보인다.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로서 좌파성향이 강한 샌더스 의원은 좌파 엘리트, 젊은층, 일부 서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초반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민주당 주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샌더스 의원의 맞대결이 이뤄진다면 대선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구도로 압축되는 데다가 광범위한 중도층 지지까지 잃어 필패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티지지 전 시장이 중도 표심의 분열을 막기 위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원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NYT, AP통신 등에 따르면 부티지지 전 시장은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었다.

민주당 소식통은 부티지지 전 시장이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부터 지지 요청을 받자 수용을 고려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부티지지 하차로 바이든 탄력받나…미 민주 중도표심 쏠릴듯
부티지지 전 시장은 일단 숙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보좌진 가운데 일부가 서둘러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발표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부티지지 전 시장도 샌더스 의원보다는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관측돼왔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이름까지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샌더스 의원의 결격 사유를 지적하는 듯한 의견을 쏟아냈다.

그는 "우리는 분열된 국가를 치유할 리더십이 필요하지 분열을 더 악화시킬 리더십이 필요한 게 아니다"며 "우리는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이를 위한 의제가 아닌 미국인들에게 진정으로 다가갈 토대가 광범위한 의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좌파 성향을 지닌 유권자들에게 큰 호소력을 지니지만, 다른 계층의 지지를 끌어모을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민주당 주류에서 받아왔다.

부티지지 전 시장도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은 단순히 백악관 입성을 위한 게 아니라 상원과 하원 등 의회를 모두 장악하기에 충분한 포괄적인 접근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NYT는 부티지지 전 시장이 실제로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한다면 많은 유권자가 결집해 민주당 경선 지형이 변할 것으로 내다봤다.

샌더스 의원의 강력한 진보 운동에 대항할 더 강력한 중도 성향의 캠페인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중앙무대에서의 정치 경력은 초라하지만 모범적이면서도 모험적인 삶, 깊은 학식, 다양한 재능, 성소수자로서 정체성 등 정치인으로서 흥행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지닌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AP, AFP통신 등도 부티지지 전 시장이 아직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았으나 그의 선거운동 중단으로 인해 중도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레이스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부티지지의 하차 소식에 민주당 경선 판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을 점치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부티지지가 슈퍼 화요일에 얻을 모든 표가 '졸린 조 바이든'(Sleepy Joe Biden)에게 갈 것"이라면서 "대단한 타이밍"이라고 적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버니(샌더스 상원의원)를 경기장 밖으로 몰아내는 일이 정말로 시작됐다"며 샌더스 의원이 지난 2016년에 이어 "또 다시 (대선후보로) 지명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티지지 하차로 바이든 탄력받나…미 민주 중도표심 쏠릴듯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