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혹은 한반도에 지금까지 세워졌던 나라들은 얼마나 많은 침략을 받아왔을까. 이는 상당히 논쟁적 주제다. 2500여년 동안 1000번이 넘는 외세의 침략을 받았다는 주장이 한동안 당연시되기도 했다. 혹자는 993번이라는 구체적 숫자를 제시하기도 하고 사료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만 따지면 90회 안팎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어떤 사료를 보느냐, 외침의 기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몇번이 됐든,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감안할 때 어림잡아도 전체 침략의 최소 60~70% 는 중국 대륙으로부터 이뤄졌다는 점이다. 왜구의 침략과 일본의 식민지배 등을 빼면 나머지는 전부 중국으로부터의 침략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중국 대륙의 침공이 없던 평화시기에도 이른바 조공(朝貢)을 바쳐야 했다. 몇년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과거 중국의 일부였다"는 발언을 한 것도 바로 이 조공관계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물론 조공을 일방적인 주종(主從) 내지는 군신(君臣)의 관계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긴 하다. 조공은 종주국의 정치 문화 경제 등의 질서에 편승하는 것을 상징하는 전통적인 외교방식이었고 중요한 무역 수단이었다는 주장이 이런 맥락이다. 종주국과 조공국간에는 일종의 군사동맹을 체결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청나라처럼 조선에 가혹한 조공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고 조공은 형태 여하를 불문하고 평등한 관계라고 보기는 힘들다.

한반도에 둥지를 튼 역대 정권들은 그렇게 군사적으로, 물질적으로 중국에 시달리며 살아왔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물론 중국으로부터 문화 예술 종교 등이 전래되면서 한반도 특유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융성시킬 수 있었던 점도 있기는 하다.

중국 곁에 사는 것이 유난히 힘들었던 시절은 대체로 중국이 통일을 이뤘을 때였다.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중국을 통일한 지 94년만인 기원전 108년에 고조선이 한나라의 침략으로 멸망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수나라는 중국 통일 9년 뒤부터 고구려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수나라를 이은 당나라 역시 대륙을 평정하고 21년 뒤 고구려 침략에 나섰다. 원나라의 고려 침공, 청나라가 일으킨 병자호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중국몽을 내세우는 시진핑의 등장은 중국 곁에 사는 것이 만만치 않은 시대가 또 다시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중국의 경제발전은 우선 한국에 미세먼지를 선물해줬다. 중국은 오랫동안 한국 미세먼지 농도 급증의 책임을 부인해오다가 지난해말 비로소 이를 일부 인정했다. 2000년부터 2017년까지 한중일 3국이 공동연구한 결과가 발표됐는데 한국 초미세먼지 중 32%는 중국에서 왔고 51%는 국내에서 발생했다는 게 요지다.

얼핏 32%는 생각보다 적어 보인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이 농도가 '연평균'이라는 점이다. 다들 알다시피 하늘을 뿌옇게 만들 정도의 초미세먼지는 1년 내내 심한 것은 아니다. 중국으로부터 서풍이 부는 겨울에 주로 나타난다. 반면 한 여름에는 뜨거운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쪽으로부터 한반도로 몰려오면서 중국쪽 공기의 한반도 유입을 가로 막는 일이 종종 나타난다. 동남아처럼 무덥긴해도 무척 청명한 여름 하늘은 최근 몇년간 자주 목격되곤 했다. 이럴 때 중국발 미세먼지의 국내 유입은 아주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이런 한여름과 중국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는 겨울을 모두 평균 내니 32%에 불과한 것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겨울철을 기준으로 하면 이 농도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쨌든 중국은 이 결과조차도 발표하기를 꺼려 당초 예정보다 발표 시점이 1년 늦춰졌다.
'힘자랑'에 나선 중국이 한국에 선보인 대표적 완력은 바로 사드 보복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무기인 사드 배치에 중국이 발끈하면서 현지 진출 우리 기업은 물론 관광업계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는 잘 알려진대로다. 한국을 길들이고 손보려는 중국의 시도는 결국 '3불 합의' 로 이어졌고 중국은 최근까지도 심심하면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예고 없이 침범하며 무력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그런 중국으로부터 이제는 우한 폐렴 혹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까지 날아왔다. 예상치 못한 급속한 국내 확산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말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졌는데 발병 초기 몸을 낮추던 중국은 최근 오히려 한국을 향해 손가락질을 할 태세다. 중국 감염병 전문가라는 사람이 "코로나가 중국에서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은근슬쩍 책임을 한국으로 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산둥성 웨이하이와 옌타이, 선양, 난징 등에서 한국발 탑승객을 격리조치하는가 하면 칭다오 등에서는 아파트 주민들이 전염병을 옮긴다며 한국 교민을 막아서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많은 중국 주변국들이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를 취하는 와중에도 후베이성 이외에는 지금까지도 입국금지를 하지 않고 있는 한국에 대해 중국이 보여준, 참기 힘든 행태들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중국과의 관계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 중국은 전 세계를 향해 힘을 과시하고 싶어 안달이다. 과거 통일된 중국이 넘치는 힘을 우리에게 어떻게 써왔는지를 생각하면 비록 무력 침공은 아니지만 최근 중국이 한국에 드러내 보이는 위압적 태도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외교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도 자명해진다. 당연히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우방과 결속을 다져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그런 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몇년간 역주행을 해왔다. 중국은 무조건 배척하고 미국 편에 서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념 문제와도 상관 없다. 시기적으로 지금은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해야할 시점이고 그게 국익에도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다오위다도 혹은 센카쿠열도를 두고 날카롭게 대립하던 일본과 최근 비교적 우호적 관계로 전환했다. 일본이 중국에 머리를 조아려서가 아니라 전례없이 미국과 찰떡공조를 보이는 일본을 중국이 함부로 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국제 관계란 그런 것이다. 한국이 중국을 '큰 나라'로 섬기고 스스로를 '작은 나라'라고 몸을 낮추면 낮출수록 중국은 더욱 더 한국을 가혹하게 다룰 뿐이다.

자칫 코로나 덤터기까지 쓰게 될 상황으로 내 몰리는 형국이다. 중국 옆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좀 더 현명해져야 한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