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안전자산으로 꼽혀온 금과 미국 달러 등까지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위기 때마다 상승하던 비트코인도 약세로 돌아섰다. 투자자들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공포 속에 현금 확보에 치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3.79% 하락한 온스당 1585.69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5.2% 하락해 거의 7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금값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 속에 지난달 24일 1688.40달러까지 치솟아 2013년 1월 이후 7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이후 4일 연속 하락했다.

ABN암로의 조젯 볼레 애널리스트는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위험회피 심리 속에 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지면 투자자들은 현금이나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일부 자산에만 몰릴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금을 유동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도 약세를 띠고 있다. ICE달러인덱스(DXY)는 이날 0.39% 내린 98.12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지난달 4일 이후 처음으로 97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조짐이 커진 탓으로 해석된다. 월가 관계자는 “미 국채에 강력한 매수세가 몰리고 있지만 매물이 없어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해외 투자자의 달러화 수요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비트코인도 급락세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달 29일 오후 8520달러까지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24일 9963달러까지 치솟은 뒤 지속적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투자 대안으로 평가받으며 미 증시가 하락하면 가격이 올랐다.

한편 대표적 위험자산인 국제 유가는 끝없는 폭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5.0%(2.33달러) 하락한 44.76달러에 마감됐다. 한 주 만에 8.62달러(16.14%) 떨어졌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50.05달러까지 추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은 다음달 초 추가 감산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코로나19 공포’가 압도하는 상황이어서 하락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