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이 평화합의에 서명했다. 양측이 무력 충돌에 돌입한 지 18년4개월여 만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미국과 탈레반은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평화합의를 맺었다. 미국 측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탈레반에선 물라 압둘 살람 자이프 고위 지휘관 등이 참석했다. 파키스탄, 카타르, 터키, 인도 등 인접국도 협의에 참여했다.

이번 합의에서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무력 행위를 중단하고, 아프가니스탄을 기점으로 테러 활동을 벌이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역내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미국은 향후 14개월 내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한 미군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제동맹군을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앞으로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다.

이날 협정 체결에 앞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낸 공동 성명을 통해 미군과 NATO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1단계 조치로 이날부터 135일 안에 병력을 8600명까지 줄일 예정이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은 약 1만4000명이다.

CNN 등 미국 주요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11월 대선 전에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대부분 성사시켜 자신의 업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완전한 종전까지는 많은 과제가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 간 협상, 아프가니스탄 내 정파 갈등, 이슬람국가(IS) 세력 확장 등 돌발 변수가 많아서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이번 평화합의엔 참여하지 않았다. 이르면 이달 초부터 휴전과 향후 정부 구성 등을 놓고 탈레반과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직후인 그해 10월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탈레반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은 알카에다를 테러 배후로 지목하고 아프가니스탄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당시 탈레반이 이끈 아프가니스탄은 이를 거부했다. 미군은 약 한 달 만에 카불을 점령해 탈레반 정권을 몰아냈다. 이후 탈레반은 파키스탄 접경 산악지대로 숨어들었다가 아프가니스탄 동부와 남부 일대에서 세력을 회복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국토의 절반가량을 실질 통치하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