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성향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사진)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독주 채비를 갖추는 듯했던 좌파 진영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추격할 발판을 마련했다.

개표 완료 결과, 바이든은 48.4%의 득표율을 기록해 19.9%에 그친 샌더스를 30%포인트 가까운 큰 차이로 따돌렸다. 이어 억만장자 톰 스타이어(11.3%),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시장(8.2%),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7.1%),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3.1%) 순이었다.

바이든은 지난달 3일 아이오와 경선에서 4위, 11일 뉴햄프셔 경선에서 5위에 그치며 추락했다. 하지만 22일 네바다 경선에서 2위에 오른 데 이어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14개 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3일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상승세를 타게 됐다.

바이든은 이날 지지자들에게 한 승리 연설에서 “여러분들이 나를 되살렸다”며 “우리는 아주 팔팔하게 살아 있다”고 말했다. 경선 전 시행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샌더스를 10~20%포인트가량 앞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득표율 차는 이보다 더 컸다. 흑인 표심이 대거 바이든에게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민주당 유권자의 60%가량이 흑인이다. 흑인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바이든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승리로 민주당 경선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가 독주 채비를 갖추는 듯했던 경선 레이스에서 바이든이 흑인 표심을 바탕으로 강력한 경쟁자로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슈퍼 화요일부터는 또 다른 중도 성향 후보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본격적으로 주별 경선에 뛰어든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돌풍의 주인공 부티지지와 샌더스에게 좌파 대표 자리를 뺏긴 워런은 득표력에 한계를 드러내는 분위기다. 스타이어는 이날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