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이 유력 일간지 빈과일보의 설립자와 정치인 등 범민주 진영 인사를 전격 체포했다. 지난해 불법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에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 들어 시위가 잠잠해진 틈을 이용해 홍콩 정부가 대대적인 반정부 인사 검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이날 오전 7시30분 반중국 성향 신문인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를 자택에서 체포해 카오룽시티 경찰서로 연행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언론인을 협박하고 8월31일 불법 집회에 참여한 혐의로 체포됐다. 언론인 협박은 시위 현장 등에서 친중국 성향 기자와 언쟁을 벌인 것을 말한다고 SCMP는 전했다.

빈과일보는 중국 지도부의 비리와 권력투쟁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해온 반중국 성향 매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지미 라이를 외세와 결탁해 반정부 시위를 배후조종하는 4인방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전 대표 융섬과 홍콩의 대표적인 재야단체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 회장 리척얀 등 전현직 의원 세 명도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8월31일 불법 집회에 참여한 혐의로 체포됐다. 범민주 진영 대표 인사로 꼽히는 앨버트 호도 체포될 우려가 있다고 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홍콩 경찰 관계자는 "8·31 시위 참여자에 대한 검거 작전을 펴고 있다"고 밝혀 앞으로 홍콩 범민주 진영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가 예상된다. 홍콩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은 작년 8월31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지만,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수십만 명의 홍콩 시민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이날 거리로 쏟아져 나와 송환법 반대와 직선제 쟁취 등을 외쳤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