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유럽 전역에 크게 번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50명으로 늘었고, 프랑스와 독일 지역에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북아일랜드와 네덜란드에선 첫 확진자가 확인됐다. 독일 정부는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17명 사망…프랑스 하루 새 2배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자가 65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날보다 194명 늘어난 수치다.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시작한 이래 하루 증가 폭이 가장 크다. 사망자도 전날 대비 5명이나 증가한 17명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북부 롬바르디아주가 403명, 베네토주가 111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80%를 차지했다. 감염자가 나온 주는 전체 30개 주 가운데 13곳에 이른다.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 건수는 하루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38건으로 집계됐다. 전날 확진자는 18명이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확진자 38명 가운데 2명은 사망했고 2명이 중태"라며 "기존 감염자들의 접촉자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감염자 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앞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파리의 병원을 찾아 "우리는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며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한 스위스도 비상이 걸렸다. 스위스 정부는 이날 코로나19 확진자가 9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확진자들은 대부분 이탈리아 북부를 여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탈리아 밀라노로 여행을 다녀온 스위스 바젤 지역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확진자로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어린이집 소속 아이들은 2주간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바젤시 보건부는 "어린이들 중 일부만 피해 여성과 가까이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독일 추가 22건 확인…"확대 재정 검토"

독일 정부는 이날 코로나19 확진자 22건이 추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인 노르트라인-웨스트팔리아에서 1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앞서 옌스 스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독일이 코로나19 전염병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독일 경제신문 한델스블라트는 "독일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전날 주간지 디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위해 일시적으로 채무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숄츠 장관은 "지방에 도로와 학교 건설 등에 투입할 재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북아일랜드 등 유럽 곳곳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다. 네덜란드 보건당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탈리아 북부를 여행했던 한 남성이 코로나19 감염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지역의 첫 확진자다. 네덜란드 남부 도시 틸버그에 사는 이 남성은 현재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지역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확인됐다. 마이클 맥브라이드 북아일랜드 보건부 장관은 "이 환자는 더블린 공항을 통해 이탈리아에서 왔다"고 전했다. 영국 내 코로나 확진 건수를 16건으로 집계됐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