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대법원 비난 시위 부추긴 동영상 파문 지속
경제 전문가 "코로나19보다 정치 상황이 더 우려스러워"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태와 의회·사법부에 대한 공격적인 언행이 잇따르면서 탄핵 추진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의회와 연방대법원을 비난하는 시위를 부추기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것을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강한 비판이 제기되는가 하면 주요 언론은 사설 등을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한다고 지적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브라질, 보우소나루 탄핵 추진설 '모락모락'…주요 언론도 가세
27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정치권에서는 좌파 노동자당(PT)을 중심으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설이 나돌고 있다.

노동자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반헌법적 언행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탄핵 촉구 캠페인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노동자당 지도부와 좌파 사회단체 대표 회의가 소집됐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언행을 민주주의와 민주적 제도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다음 달 3일에는 좌파 정당 대표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반(反) 보우소나루 공동 전략을 협의할 예정이다.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민주적 제도와 질서에 대한 존중을 촉구했고, 세우수 디 멜루 대법관은 "헌법 질서의 가치를 무시하는 대통령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는 것은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간지 '우 글로부'는 사설을 통해 "보우소나루가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의회와 사법부 등이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는 "탄핵이 추진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만이 위험한 시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의회와 사법부를 향해 보우소나루의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보우소나루 탄핵 추진설 '모락모락'…주요 언론도 가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25일 SNS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다음 달 15일 열리는 의회·사법부 비난 시위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동영상에는 지난 2018년 대선 유세 기간 괴한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습격할 때 사용한 흉기를 등장 시켜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시위에는 '거리에서' '브라질 전진 운동' '브라질 보수주의 운동' 등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극우 단체 회원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겉으로는 권위주의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SNS에는 의회와 대법원 폐쇄,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좌파 탄압 도구인 'AI-5' 부활 등 과격한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AI-5'는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 초기인 1968년에 제정된 일종의 보안법으로 의원 탄핵과 정치적 권리 정지, 해임, 정계 은퇴 등을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법은 좌파세력을 탄압하는 도구로 이용됐다.

브라질, 보우소나루 탄핵 추진설 '모락모락'…주요 언론도 가세
의회·사법부 비난 시위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측근들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열린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일간지 여기자를 두고 성적인 행위를 암시하는듯한 저속한 표현을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대통령실의 아우구스투 엘레누 안보실장은 예산 문제로 의회와 마찰을 빚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의회가 정부를 협박하고 있다"고 말해 의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파울루 게지스 경제부 장관은 공공 부문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을 기생충에 비유하는 발언을 해 엄청난 반발을 샀는가 하면, 달러화 강세를 두둔하면서 과거 달러화가 약세일 때는 가사도우미들까지 미국 디즈니 여행에 나섰다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의회·사법부의 충돌을 지켜보는 시장 전문가들은 개혁법안이 지연되면서 경제 회복이 늦춰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브라질의 유명 투자회사인 MB 아소시아두스의 주제 호베르투 멘돈시 지 바후스 대표는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보다 정치 상황이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개혁법안 처리가 늦어지고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면서 보우소나루 정부와 의회의 밀월 관계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