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악재 우려 속 CDC '확산 불가피' 기자회견에도 격노
입맛 따른 충동적·즉흥적 인사 스타일 재연…복지장관은 인선 결정 '패싱'
'대응 불만' 코로나TF에 '상왕' 앉힌 트럼프…보건장관 비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도 다시 한번 고스란히 노출됐다.

코로나19 확산 공포가 자칫 재선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휩싸여온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저녁 기자회견에서 불안감 불식에 주력하면서 총괄책임자를 마이크 펜스 부통령으로 '깜짝 지명'한 것이다.

이는 기존에 트럼프 대통령 직속의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이끌어온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HHS) 장관에 대한 사실상 '불신임' 메시지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맘에 안 드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응징'을 하는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는 게 미언론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에이자 장관에 대해 공개적으로는 찬사를 보냈지만, 그동안 사석에서는 당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출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 고위 당국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에이자 장관의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혼란상을 부각하고 싶지 않다는 뜻에서 쫓아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에게 총괄 책임 역할을 맡기겠다는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에이자 장관은 배제됐다고 관련 상황에 정통한 5명의 인사를 인용해 WP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불과 몇 분 전에서야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앞서 이날 낮에 이미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차르'(Czar)가 지명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백악관은 이를 부인했지만, 트럼프대통령이 몇 시간만에 펜스 부통령 지명으로 이를 뒤집어버렸다고 CNN이 보도했다.

에이자 장관은 관련 루머가 돌자 이를 부인한 바 있다.

CNN은 펜스 부통령을 총괄 책임에 앉힌 것은 코로나19 대응팀 수뇌부의 재편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의 행정부 대응에 대해 가져온 깊은 좌절감의 발로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등 미국 내 확산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내린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인사들의 지난 25일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격노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도 펜스 부통령을 총괄책임자로 임명한 결정은 전날에서야 결정됐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결정사항을 기자회견에서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인지한 당국자들도 얼마나 됐을지는 불확실하다면서 펜스 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 깊숙이 관여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여러 사람을 경악하게 했다고 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에이자 장관 등 당국자들에게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너무 나무라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당신들이 (중국에 대해) '충분히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충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눈엣가시' 같은 인물들을 요직에서 몰아내는 식으로 솎아내기를 해왔다.

특히 포스트 탄핵 국면에서 부처별 블랙리스트까지 작성, 전방위적 '피의 숙청' 작업에 들어간 상태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