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아랍의 봄’ 민중 봉기 때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25일 91세로 사망했다고 이집트 국영TV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집트 국영TV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수도 카이로의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무바라크는 ‘현대판 파라오’로 불릴 정도로 철권을 휘두른 독재자로 평가받는다. 1981년 10월 국민투표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된 뒤 30년 동안 장기 집권하다가 2011년 민주화 시위로 축출됐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무바라크는 1969년 공군참모총장에 올라 이스라엘과의 제3차 중동전쟁에서 참패한 이집트 공군을 재건했고 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 초기 단계에서 이스라엘군을 몰아붙여 전쟁 영웅으로 떠올랐다. 무바라크는 전쟁에서 얻은 명성에 힘입어 1975년 안와르 사다트 정부의 부통령으로 임명됐고 1979년 집권 국민민주당(NDP) 부의장에 선출되면서 사다트의 후계자 자리를 굳혔다. 사다트가 1981년 10월 이슬람주의자에게 암살되자 부통령이던 무바라크가 대통령직을 이어받았다.

무바라크는 사다트 암살 이후 불안정한 정국을 비상계엄법으로 통제했고 반체제 인사를 탄압했다. 그러나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 당시 국민의 거센 퇴진 시위에 직면했고 결국 그해 2월 11일 대통령직에서 사퇴했다.

2011년 4월 체포된 무바라크는 2012년 재판에서 시위 참가자 850여 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종신형 판결을 받았지만 2017년 3월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