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사회기여도 등 종합적으로 따질 것"…코로나19 영향 미친 듯
중국 정부 "과학자 평가, 발표한 논문 수만 보지 않겠다"
중국 정부가 과학자들을 평가할 때 발표 논문 수뿐 아니라 혁신, 사회 기여도 등 다양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과학기술부와 교육부는 정부 연구기관 소속 과학자들을 평가할 때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논문을 얼마나 많이 발표했는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던 관행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SCI는 미국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구축한 국제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D/B)로, 이를 통해 특정 논문이나 책 등이 어떤 다른 논문에 인용됐는지, 얼마나 많이 인용됐는지 등을 알 수 있다.

SCI 인용도에 따라 과학 논문의 질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SCI 수록 논문 수와 인용도는 연구비 지원, 학위 인정, 학술상 심사 등의 중요 자료로 활용된다.

중국도 1980년대부터 SCI급 논문 발표 수를 과학자들의 승진과 연봉 인상, 종신직 부여 심사 그리고 대학별 순위와 정부 지원액 결정 등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왔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SCI급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데이터 등을 조작하다가 적발된 사례들이 있었으며, 미개척 분야보다는 과학자들의 관심이 큰 기존 분야에 과학 연구가 집중되도록 만든다는 비판도 있었다.

중국 과학기술부와 교육부는 앞으로 과학자들을 평가할 때 SCI급 논문 발표 수는 물론 연구 성과의 혁신성, 경제·사회 기여도, 관련 기업의 기술 적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또한, 과학자들이 발표하는 논문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중국 내 학술지에 발표하도록 했다.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세계적인 과학 전문지에 게재되는 논문은 인정하겠지만, 영향력이 떨어지는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이러한 방침은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SCMP는 "코로나19 확산이 두 달을 넘어섰지만, 중국 과학계가 '대규모 격리' 외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며 이러한 비판이 과학자 평가 기준의 전환을 가져왔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