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각국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하루에만 5개국에서 확진자가 처음 나왔다. 각국 확진자들은 모두 최근 이란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현재 중국을 제외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24일(현지시간) 각국 당국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이라크, 쿠웨이트, 오만, 아프가니스탄, 바레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들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쿠웨이트에선 세 명, 바레인·오만 두 명,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선 각각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각국 당국에 따르면 확진자들은 모두 최근 이란을 다녀왔다. 이란은 중동 역내 이슬람 시아파의 좌장 격 국가다. 종교 성지가 여럿 있어 성지 순례객들이 많고, 각국에서 시아파 유학생들이 찾는다. 이란에서 인근 시아파 국가로 종교 유학을 가는 경우도 여럿 있어 인적 교류가 많은 편이다.

쿠웨이트 확진자 세 명은 모두 성지순례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쿠웨이트 국영 KUNA 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이란 동북부의 마슈하드를 다녀왔다. 마슈하드는 이슬람 시아파의 대표적 성지 중 하나다. 쿠웨이트 당국은 지난 22일 이란에 특별기를 보내 마슈하드에 성지순례를 간 자국민 등 700여명을 철수시켰다. 이번 확진자는 특별기로 귀국한 뒤 격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 세 명 중 두 명은 쿠웨이트 국적, 한 명은 사우디 아라비아 국적이다.

이라크 내 확진자는 이라크에서 유학 중인 이란인이다. 이라크 보건부는 이 학생이 이란 출신으로 이라크 남부의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에서 공부하는 신학생이라고 밝혔다. 이라크는 지난 21일 이란과 국경을 차단했지만 이 확진자는 국경을 닫기 전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레인 확진자 두 명도 최근 이란 여행 이력이 있다. 바레인 보건부는 이날 두바이를 거쳐 이란에서 바레인 국제공항에 도착한 바레인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바레인 보건부는 “확진자는 남편, 시누이와 함꼐 이란을 방문한 후 바레인에 도착했다”며 “동행 친인척도 격리 관찰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다른 시민도 이란에서 입국한 이후 확진자로 확인됐다.

오만과 아프가니스탄 보건부도 각각 이란을 방문한 자국민 확진 사례가 나왔다고 밝혔다. 오만은 여성 두 명이 이란 방문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보건부는 이란 종교도시 곰을 최근 방문한 자국민 한 명이 확진자로 밝혀졌고, 이란을 다녀온 세 명도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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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각국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아라비아반도 걸프 지역 7개국 중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예멘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모두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란발 코로나19 확산세가 빨라지자 중동 각국 당국과 항공업계 등에선 이란과의 국경을 닫는 등 조치에 나섰다. 오만 정부는 이날 자국과 이란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했다. 바레인항공은 두바이 공항과 샤르자 공항의 모든 항공편을 48시간 동안 중단시켰다. 전날엔 아프간 정부가 이란을 오가는 육상·항공 교통편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쿠웨이트와 이라크는 앞서 지난 21일 이란과 국경에 있는 출입국 검문소를 닫았다. 이라크는 자국민을 제외한 이란발 입국자를 모두 입국 금지한 상태다.

이란은 이날 자국 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12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 국가 중 가장 많다. 이란 보건부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61명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 19일 종교도시 곰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사망자가 나온 이래 각지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란 보건부에 따르면 최초 확진자는 중국과 이란을 오가던 무역업자다.

이날 이란에선 이란 내 코로나19 상황이 정부 발표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 곰 선거구의 아흐마드 아미르아바디 파라하니 이란 의회의원은 지난 13일까지 곰에서만 코로나19 사망자가 50명 발생했다고 이란 반관영 ILNA통신에 주장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