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당국이 지난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증하는 한국 대구에서 입국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격리한 한국민 20명이 꼼짝없이 14일간 현지에 발이 묶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베트남 중부 유명 관광지 다낭시는 지난 24일 오전 도착한 대구발 비엣젯 여객기 탑승객 80명을 전원 병원에 격리했고, 이 가운데 20명이 한국민이다.
베트남의 대구발 한국인 일방 격리, 14일간 지속하나
팜 쭉 럼 다낭시 질병통제센터 부센터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탑승객 전원을 14일간 격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VN 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이 25일 전했다.

그러나 이번 격리는 고열 등 코로나19 관련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이뤄졌고, 한국 정부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또 한국민들이 대구에서 탑승하기 전 예고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졸지에 일방적으로 격리된 한국민들이 일단 병원 대신 호텔에 격리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다낭시가 수소문한 호텔 2곳이 잇따라 거부 입장을 밝히는 바람에 호텔 격리가 무산됐다고 주다낭 한국총영사관이 25일 전했다.

한국민 20명은 현재 호흡기 질환 전문 폐병원에 격리된 상태로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15명은 단기 관광목적으로 입국했고, 2∼3명은 현지에 거주하는 교민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는 다낭을 경유해 캄보디아로 가려다가 발이 묶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민 대다수는 조기에 귀국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과 주다낭 총영사관이 이 같은 요구를 베트남 당국에 전달했으나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베트남 당국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24일 대구, 경북발 입국자를 14일간 격리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각 지방정부에 구체적인 시행 지침을 하달하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민들이 격리된 다낭 폐병원 원장은 현지 언론에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여객기가 다낭에 도착하기 전 일관된 방침이 없었기 때문에 대처하는 데 다소 혼란이 있었다"면서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3∼24일 베트남 남부 호찌민시가 대구에서 입국한 한국인 3명을 격리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와 관련, 주호찌민 한국총영사관은 이 가운데 1명이 기침 등의 증세를 보여 입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나머지 2명이 한국민인지는 계속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