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탈리아에 대한 회원국들의 국경폐쇄 조치를 금지했다. 회원국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탈리아아의 국경을 폐쇄할 경우 ‘하나의 유럽’을 추구하는 EU의 존립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EU 행정부집행위원회의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건강·식품안전 담당 집행위원은 24일(현지시간) “현재 회원국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셍겐조약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1995년에 채택된 셍겐조약은 EU 27개 회원국 중 22개 회원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비(非)EU 4개국 등 26개국이 가입돼 있다. 셍겐조약 가입국은 국경 간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셍겐조약에 가입한 국가에 입국하면 다른 25개국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키리아키데스 집행위원은 “여행 제한은 과학적 근거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여행이나 무역 규제를 권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여러가지 비상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U 집행위의 국경폐쇄 금지는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을 겨냥한 것이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탈리아에 대한 국경통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지난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출발해 프랑스 남부도시 리옹에 도착한 버스 승객들이 코로나19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여 긴급 격리됐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