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210여 명의 무더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동 제한령 등 고강도 조치를 내놨지만 국경을 접한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의 긴장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황을 유지했던 유럽 대륙이 이탈리아발(發) 코로나19 확산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이날 코로나19 확진자가 219명, 사망자는 5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날 확진자 152명보다 67명 많은 수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망자도 기존 2명에서 5명으로 늘었다.

'유럽의 우한' 이탈리아…북부 11개 마을 5만명 이동 제한령
확진자는 이탈리아의 경제·금융 중심지인 밀라노가 있는 롬바르디아주와 수상 도시 베네치아가 주도인 베네토주에 몰렸다. 각각 165명, 2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두 지역은 이탈리아 전체 경제의 약 30%를 담당한다. 역학조사 결과 롬바르디아주에선 밀라노에서 남동쪽으로 약 70㎞ 떨어진 코도뇨 마을에 거주하는 38세 남성이 이른바 ‘슈퍼 전파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전날부터 롬바르디아·베네토 지역 11개 마을 주민 5만3000여 명에게 이동 제한령을 내렸다. 지역 주민이 외부로 나갈 수 없고 외부인 진입도 막는다. 경찰은 이동 제한령이 떨어진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출입이 적발되면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루카 차이아 베네토 주지사는 지난 8일부터 시작된 ‘베네치아 카니발’을 이날 밤 중단했다. 이 축제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프랑스 니스 등과 함께 세계 3대 카니발로 꼽힌다. 당초 25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남은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각종 문화 행사와 스포츠 경기도 타격을 받았다. 밀라노의 유명 오페라 공연장인 라 스칼라는 모든 공연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전날 열릴 예정이던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 리그의 일부 경기는 취소됐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 대륙 전체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유럽연합(EU)의 개방된 국경은 유럽의 공중보건 시스템을 긴장하게 한다”며 “만약 코로나19가 더 확산하면 EU는 2015년 난민 사태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에선 상대적으로 코로나19가 잘 관리되고 있었지만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방역망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다.

오스트리아 당국은 23일 이탈리아에서 출발해 들어오는 모든 열차를 멈춰 세웠다. 이날 밤 12시께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출발해 독일 뮌헨으로 향하는 ‘유로시티 86’ 열차에서 코로나19 의심 환자 2명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의심 환자들이 모두 음성으로 판정받아 열차운행은 이후 재개됐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181명이 의심증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스위스 티치노주는 확진자와 접촉이 없었어도 코로나19 의심증세를 보이면 모두 격리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스위스 티치노로 국경을 넘어 출퇴근하는 사람은 하루 6만8000여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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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도 이란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초긴장 상태다. 이란 정부는 24일 코로나19 감염자 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이란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 수는 12명으로 늘었다. 전체 감염자는 전날보다 18명 증가한 61명으로 집계됐다.

이란 정부는 지난달 31일부터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 지난 19일 중부 종교도시 곰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사이드 나마키 이란 보건부 장관은 “역학조사 결과 첫 사망자가 중국에 출장 다녀온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20개 주의 학교에 한 주간 휴교령을 내렸다. 전국적으로 영화관, 박물관 문을 닫고 콘서트 공연, 축구 경기도 취소했다.

이란 인접 국가들은 이란에서 오는 여행객들의 입국을 제한하고 나섰다. 시아파 중심국인 이란엔 성지순례객 왕복이 잦은 편이다. 이라크, 요르단, 바레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민을 제외한 이란 입국자들을 막았다. 이란을 여행한 적이 있는 자국민은 2주간 격리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이란에서 오는 선박 입항도 금지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