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 벅셔해서웨이가 2009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작년 영업이익이 44억달러(약 5조3306억원)로 전년(57억달러)보다 13억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WSJ는 “벅셔해서웨이 주식은 2009년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을 내고 있지만, 버핏 회장은 이번 서한에서 실적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벅셔해서웨이 주가 상승률은 그동안 S&P500 수익률을 한참 밑돌았다. WSJ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 주가는 작년에 11%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은 31.5% 급등했다.

버핏 회장은 서한에서 작년 인수합병(M&A) 시장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좋은 회사를 적절한 가격에 현금으로 살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M&A 쟁탈전이 잦아지면서 기업 가치보다 가격이 오른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버핏 회장은 남아도는 현금을 자사주 매입에 적극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서한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는 작년 4분기 자사주 매입액을 22억달러로 늘렸다. 지난해 총 자사주 매입액은 50억달러에 달했다. 버핏 회장은 “(자사주를 매입했어도) 작년 4분기 벅셔해서웨이의 현금 보유액은 1280억달러 수준”이라며 “직전 분기와 거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서한에서 주식 투자에 대한 믿음도 밝혔다. 그는 “앞으로 금리가 지금과 비슷하고, 기업에 대한 세율도 낮은 수준에 머무른다면 채권보다 주식이 훨씬 더 나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은퇴 의사도 드러냈다. 버핏 회장은 “벅셔해서웨이는 나의 퇴진을 100%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5월 주주총회에서는 아지트 자인 벅셔해서웨이 보험부문 부회장과 그레그 아벨 비보험부문 부회장이 더 많이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후계 구도를 주도할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